청두 여행 4일,두보초당을 거닐며

춘망, 그리고 청두

by 홍천밴드

예전에 어렴풋이 학교에서 배웠던 중국 시인 두보를 기리는 두보초당이 청두에 있어,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로 정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두보초당은 두보가 난을 피해 청두로 내려와 약 4년간 머물렀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곳에서 초가집을 짓고 비교적 평온한 시간을 보내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두보초당은 단순한 생가 복원지가 아니라, 시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문화 공간에 가깝다. 대나무 숲과 연못, 정자들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곳곳에는 두보의 시 구절이 새겨진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초당 내부에는 그의 생애를 정리한 전시관과 시문 자료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한자를 잘 몰라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을 천천히 걷거나, 분재로 꾸며진 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두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두보가 남긴 시 가운데 대표작인 「춘망(春望)」에 대해 다시 찾아보았다.


春望 (춘망)

国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时花溅泪, 恨别鸟惊心。
烽火连三月, 家书抵万金。
白头搔更短, 浑欲不胜簪。


춘망은 말 그대로 ‘봄을 바라본다’는 뜻이지만, 그 분위기는 결코 따뜻하지 않다. 전쟁으로 나라가 무너진 뒤 맞이한 봄, 자연은 여전히 푸르고 꽃은 피었지만 시인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꽃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새소리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구절에는 나라에 대한 걱정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함께 담겨 있다. 봄은 왔지만 마음에는 봄이 오지 않았기에, 두보는 그저 멀리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시의 제목은 ‘춘망’, 봄을 노래한 시가 아니라 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기록이다.


그냥 나이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서글픈데, 나라가 망하고 가족의 안부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맞는 봄이라면 그 마음은 얼마나 복잡했을까. 봄이 왔지만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처지를 담아낸 시라서 더 깊게 와닿았다. 짧은 시지만 그 안에 시대와 개인의 슬픔이 모두 담겨 있어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행히 나는 나라가 망하지도 않았고 유배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만 들어가고 있으니, 올해 봄이 오면 두보 시인 대신 나는 봄을 온전히 즐기는 ‘춘망’을 해보고 싶다.


두보초당을 마지막으로 청두 여행을 마무리했다.


중국은 여행하기 조금 까다로운 나라에 속하지만, 요즘은 무비자 정책 덕분에 시작이 한결 수월해졌다. 알리페이에 트래블월렛 카드를 연결해두면 웬만한 결제는 가능하다. 구글 지도도 작동은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현지 지도를 사용해야 하는데, 한자로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충분히 해볼 만한 수준이고, 그런 불편함마저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국은 지역마다 음식의 개성이 뚜렷하다. 특정 지역의 대표 음식은 그 지역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청두에서 하얼빈의 대표 음식인 꿔바로우를 찾기 어렵고, 하얼빈에서는 본격적인 마라 요리를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직접 그 지역으로 가야만 한다는 점이 오히려 여행의 이유가 된다.


무비자 기간이 이어지는 동안, 부지런히 중국 곳곳을 여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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