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트 [왕과 사는 남자]

강가에 다 와갑니다.

by 홍천밴드

진짜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어쩔 수가 없다였으니, 몇 달 만에 다시 영화관을 찾은 셈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주기적으로 박스오피스를 확인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영화관에 갔었는데, 이제는 정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을 때만 가게 된다. 집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보니, 굳이 밖에 나가서 비싼 돈을 내고 영화를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집중감과 몰입감은 집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감각이다.


설 연휴를 맞아 요즘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재미있게 본 영화였다.


홍천 시네마는 입장료가 7,000원이라 부담도 적었는데, 그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엄흥도 역을 맡은 유해진은 마치 그를 위해 시나리오가 쓰인 것처럼 완벽하게 어울렸고,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 역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명회 역의 유지태도 역할에 잘 어울렸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의 체격과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역시 영화는 캐스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영화 제목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어딘가 왕의 남자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있어서, 조금 더 차별화된 제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재 흥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그런 점이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단종의 이야기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는 역사이기 때문에 결말 자체는 새롭지 않다. 그러나 단종이 유배를 떠난 이후, 유배지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줄거리를 조금 이야기하자면, 1457년 계유정난 이후 폐위된 어린 왕 이홍위, 즉 단종은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를 떠난다. 광천골 촌장 엄흥도는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그곳에서 왕이었던 이홍위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감시의 대상이었던 이홍위를 점점 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복잡한 감정이 쌓이게 되고,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는 제미나이나 ChatGPT에 역사에 관한 질문을 계속하게 되었고, 그 여운이 이어져 넷플릭스에서 관상까지 다시 보게 되었다. 예전에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영화처럼 새롭게 느껴졌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그 당시에는 지도 앱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지도조차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 먼 영월 청령포까지 찾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았을 텐데, 그 시대 사람들은 또 그 나름의 방식으로 길을 찾고 적응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인간의 적응력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월에는 지금도 단종의 묘와 유배지, 그리고 엄흥도 기념관이 남아 있다. 언젠가 직접 찾아가 그 공간을 걸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영월 장릉 (단종 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장릉은 조선 왕 중 유일하게 강원도에 잠들어 있는 단종의 능이다.

https://naver.me/Fpx5b8vF


[영월 청령포 (단종 유배지)]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에는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실제로 유배 생활을 했던 청령포가 진짜로 있다. 이곳은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이고 한쪽은 절벽으로 막혀 있어 외부와 단절된 유배지의 모습을 지금까지도 잘 간직하고 있다.

https://naver.me/xIeXuVvx


[충의공 기념관]

이곳은 엄흥도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엄흥도 기념관으로, 어린 왕을 끝까지 지키려 했던 그의 충신 정신을 기념하는 장소이다.

https://naver.me/xDCpv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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