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의 하루, 천천히 스며들다
본격적인 2일 차가 된 날, 마쓰야마 성을 방문하기로 했다. 이 성은 에도 시대 초기에 축성된 성으로, 일본에 현존하는 12개의 원형 천수각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해발 약 130미터 높이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정상에 오르면 마쓰야마 시내와 세토 내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성까지는 걸어서 오를 수도 있고, 로프웨이나 체어리프트를 이용해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우리는 공항에서 받은 쿠폰 덕분에 로프웨이를 무료로 이용했고, 성 입장료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 내부에는 사무라이 갑옷과 무기, 각종 역사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일본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계단이 꽤 가파르고 많아서, 오르내리며 “나이가 들면 여행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성 구경을 마친 뒤에는 마쓰야마를 대표하는 또 다른 명소인 도고 온천으로 향했다. 도고 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목조 건물인 도고 온천 본관은 전통적인 일본 건축미를 잘 보여주어 많은 여행객들이 일본식 대중탕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본관과 별관이 있는데, 우리가 가진 쿠폰으로는 별관만 이용할 수 있어 본관 앞에서는 사진만 찍고 별관에서 온천을 즐겼다. 내부에는 실내 온천탕과 노천탕이 마련되어 있어 부담 없이 온천을 체험하기 좋았다.
온천을 마치고 나오면 광장에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시계탑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봇짱 카라쿠리 시계다. 이 시계는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 등장인물들은 잘 모르지만, 매 정각이 되면 인형들이 나타나 움직였다가 다시 들어가는 장면이 펼쳐져 꽤 재미있는 볼거리다. 어딘가 유럽에서 관광객을 구름 떼처럼 몰고 다니는 시계보다 훨씬 역동적인 느낌이었다.
저녁으로는 야끼니꾸를 먹기로 했다. 야끼니꾸는 일본식 불고기 요리로, 얇게 썬 고기를 숯불이나 철판 위에서 직접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요리가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소고기를 중심으로 갈비, 안심, 등심, 우설 등 다양한 부위를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 간장 베이스의 달콤 짭짤한 소스에 재운 고기를 굽거나 소금만 살짝 뿌려 구워 특제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한다. 숯불 위에서 고기가 지글지글 익어가며 퍼지는 향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괜찮아 보이는 야끼니꾸 식당에 들어갔는데, 일본 사람들이 원래 짜게 먹는 건지 아니면 그 식당만 유독 간이 센 건지,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이 전반적으로 아주 짜게 느껴졌다. 기본 반찬으로 나온 양배추에도 간장 소스가 넉넉히 뿌려져 있었고, 소스가 없는 부분도 이미 간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신선한 고기를 바로 불에 구워 먹으니 맛이 없을 수는 없었다. 다만 “와, 정말 특별하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어서, 차라리 전날 먹었던 도미 요리를 한 번 더 먹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간에 온천으로 피로를 풀어서인지, 오늘도 꽤 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