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세 번째 정신과 의사
처음 만났던 정신과 의사는 친구가 추천해 준 선생님이었다.
친구는 여러 의사를 거쳐 그곳에 정착했는데
그 선생님과 정말 잘 맞는다고 했다.
나는 전혀 아니었다.
세 번째 만난 선생님은,
나에게 약을 잘 챙겨 먹는지만 묻지 않는다.
내가 할 말이 있어 운을 띄우면
조금 기다려주시거나 어떤 상황인지 되물어주신다.
병원을 옮기고 바뀐 약에 적응하는 동안 어려움이 있었다.
기립성 저혈압도 심해지고 체기도 자주 있고
감정조절이 더 안 되는 느낌이 들 때도 많았다.
선생님에게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면
그때마다 약 용량을 조절해 주시고
약을 먹는 시간대를 바꿔보는 등 방법을 제시해 주신다.
어떤 날은 이제 약을 안 먹어도 괜찮은 거 아닐까 싶은 날도 있다.
가끔은 며칠씩 약이 안 드는 거 같아 힘든 때도 있다.
선생님은 처음 간 날도,
이번 달에 갔을 때도 운동을 하라고 이야기하셨다.
'그거 알아요?
가난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는 우울증이 없어요
먹고살기도 바쁘니깐
아침에 일어나면 힘들게 일하고
저녁에 돌아오면 밥 먹고 자기 바쁘니깐
생각을 할 시간이 없고
너도 나도 다 살기가 어려우니깐
아이큐가 80인 사람이나 120인 사람이나
다 고된 일하면서 누가 나보다 더 좋은 옷 입지도 않고
누가 나보다 더 좋은 밥 먹지도 않고
니나 내나 다 가난하게 사니깐.
그런데 삶이 윤택해지고
너랑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누구는 돈을 엄청 잘 버는 거 같고
누구는 비싼 걸 척척 사는 거 같고
그런 잘 사는 나라가 될수록 우울증이 많아져요.
운동을 해요.
근데 나랑 싸우는 운동은 하지 말아요.
달리기나 걷기나 요가나 필라테스나 피티 같은
나 자신과 싸우는 운동은 하지 말고
상대랑 싸우는 운동을 해요.
탁구나 배드민턴이나 테니스나 공으로 하는 운동을 해요.
할수록 점점 고수가 되고 오늘 진 상대에게
다음에는 꼭 이기고 말테야 하는 그런 운동을 해요.
당뇨 환자한테 약만 잘 챙겨 먹으세요 하지 않고
약도 잘 드시고 식이 조절도 하셔야 되고 운동도 하세요 하듯이
우울증 환자도 약만 잘 챙겨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하세요.
몸이 피곤해지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당뇨병, 고혈압 환자가 약을 먹고 정상수치가 된다고 약을 끊지 않듯이
약을 먹고 괜찮다 싶어서 약을 끊을 수도 없는 것이고,
약만 먹는다고 다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선생님은 약 말고도 나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