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이야기-4

내가 만난 두 번째, 세 번째 정신과 의사

by 으농

5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약 2달을 다녔지만

선생님은 나에게 약을 잘 먹고 있는지 외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그랬다.


약 잘 먹고 있어요? 네.

그럼 저번처럼 2주 치 처방해 드릴게요. 네.


가는 데 30분, 오는 데 30분, 접수하고 약 기다리는 거 10분, 진료 1분.

약만 먹으면 괜찮아지는 건 맞겠지?

근데 이게 맞나?

이럴 거면 약이라도 한 달 치를 주지.


약 길게 달라하니 그건 절대 안 된다고

우울증 약을 그렇게 길게 줄 수 없다고 하셨다.

내가 병원에 잘 오는지 확인하시려고 그러시는 걸까.

확고한 고집이셨다.


의사와 소통이 안된다는 생각에 힘들던 차에

초진 예약을 해두었던 병원에서 예약 전날이라고 연락이 왔다.

집에서 제일 가까웠던 곳이지만

그만큼 오고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기 좋은 곳에 있는 병원이었다.

고민은 됐지만 그래도 다른 병원에 가고 싶었다.


세번째 간 병원에서는 오히려 더 수월했다.

지금 병원에 다니고 있고 언제부터 이런 이런 약들을 먹고 있어요 하니

아 그렇군요 하셨다. 그리고 뇌파검사만 한번 해봅시다 했다.

뇌파검사 후 검사 결과를 알려주시고

지금 먹고 있는 약보다 부작용을 덜 하고

효과는 비슷한 다른 약으로 바꾼다 하셨다.


선생님은 그리고 그런 말을 하셨다.


다른 과 병원은 증상으로 병명을 말하지 않는데

오직 정신과만 증상으로 병명을 이름 짓는게 참 이상하지 않냐고.

기침나면 인후염이라 하지 기침병이라고 하지 않고

콧물나면 비염, 축농증이라고 하지 콧물병이라고 하지 않는데

오직 정신과만 우울하면 우울증, 불안하면 불안증 이렇게 말한다고.


듣고 보니 그랬다.

선생님은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


세로토닌이라는 게 있다고 이 호르몬이 중요한 거라고.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이 세로토닌이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인 어떤 이유에서나 덜 분비되는 사람이 있다고

사람마다 항아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아리에 물이 차는데

이 물이 10이 되면 넘치는 항아리라면

세로토닌이 보통으로 분비되거나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이 항아리가 비어있거나 거의 차있지 않은 반면,

세로토닌이 적게 분비되는 사람은

이 항아리가 항상 가득 차 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나는 이 항아리가 거의 가득 차 있는 상태다보니

작은 일에도 항아리가 넘실거려서 힘들고

큰 일이 오면 감당되지 않게 넘쳐 흘러서 더 힘든 거라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왜 위로가 됐을까.

나는 세로토닌 부족병이야

내가 우울한 건 세로토닌이 원활이 분비되지 않아서고

세로토닌만 잘 분비되게 해주면 나는 금방 나을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내가 결혼 전 우울증 약을 먹었지만

결혼한 후에는 약도 끊고 증상도 사라졌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 다시 가고 약을 먹는다는 말을

선뜻 꺼내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에게 세로토닌에 대해 듣고나니

남편에게도 말할 수가 있게 됐다.


남편은 그래, 당신 세로토닌 부족병이구나 하며

약 잘 챙겨먹고 괜찮아질거야 라고 나를 다독였다.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첫 번째 이야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