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 이야기

생일

by 으농

시월의 마지막 날 나는 태어났다.

의외로 사람들은 10월이 며칠까지 있는지 모른다.

생일이 언제냐 물어서 10월 31일이다 해도

10월 마지막날이다 해도

할로윈 데이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10월 30일을 내 생일로 착각한다.

그저 10월 말 언젠가에 내 생일이 있음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생일이 다가오면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도 기쁘지 않은 날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태어난 일이 나야말로 가장 기쁘지 않았으니


오늘은 태어나서 어쩌면 가장 행복한 생일이었을까

두 아이를 끌어안고 몇 번이고 말했다

엄마가 태어난 건 너희를 보기 위해서였던 거 같다고

아이들이 나의 세상이다.

아이들이 나의 우주이고

아이들이 나를 숨 쉬게 한다.


고층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내가 언제 이렇게 높은 곳에 서본 적이 있던가 생각하니

죽음을 바랄 때뿐이었다.

높은 집에서 나만 빼고 다들 바쁜 듯 새벽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다니는 차들을 보면서

무력하고 자책하게 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창가에서 한발 물러서게 한 건

나를 사랑해 주는 남편과 아이들이다.


과거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결혼해서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고 싶지 않아요.라고.

그런데 이제는 그렇다.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안다.

살아있는 게 태어난 게 이렇게 소중한 것을.


잠투정으로 칭얼칭얼 우는 아이를 안고

수없이 말해주었다.


사랑해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

엄마가 태어난 건 널 만나기 위해서였나 봐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나의 첫 번째 이야기-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