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이야기

정신과에 가다.

by 으농

정신과는 내 오랜 숙제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우울증을 앓아왔던 거 같다.

나의 경험들이 비로소 분명해졌을 때,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아프게 하였다.

부모님에게 받은 모든 학대들,

어린 시절을 흐릿한 기억들,

학창 시절 겪은 괴롭힘들.

외면하던 그 기억들을 깨달았던 고등학생 때

나는 드디어 죽기로 결심했다.


매일밤 눈을 감으며 내일이 오지 않기를

하나님에게 기도했다.

나를 당신의 곁에 데려가달라고.

친구들과 아침마다 나무밑에 모여 두 손 모아 기도할 때도

나는 오직 그 기도밖에 없었다.

이 생을 끝내달라고.


고등학생시절 나의 이 모든 우울을 받아준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받은 편지들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가끔 편지를 꺼내보면 읽기가 힘들 정도로

내가 내 괴로움에 빠져 친구를 힘들게 했음을 깨닫는다.

미안하게도 친구 덕분에 나는 죽지 않고 성인이 되었다.

행복한 기억이 없는데 죽는 게 너무 억울하지 않으냐고

늘 혼자라고 너한테 아무도 없다고 하면 나는 무엇이냐고

그렇게 말해준 덕분에 나는 죽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집을 떠나면 나는 달라질 줄 알았다.

달라진 건 장소뿐 내 마음은 늘 우울한 기억 속에 있었다.

힘들 때면 그 친구에게 도망을 갔다.

나의 피난처가 되어 준 친구에게 나는 우울할 때만 힘들 때만 갔다.

내가 힘들 때만 친구가 보였고 친구의 힘듦은 보지 못했다.

결국 친구와 나는 멀어졌다.

우울증으로 결국 제일 소중했던 친구를 잃었다.


그러고도 병원에 선뜻 가기가 어려웠다.

나의 우울은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고 당연한 것이었기에

그리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고 있지 않으니깐'

그런데 일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나를 무시하는 상사를 참을 수가 없어

고작 6개월 만에 첫 직장을 그만뒀다.

그 상사 때문에 그만둔다는 걸 동료들이 모두 눈치챘지만

나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내가 이 일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언제나처럼 문제를 회피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나는 목표를 세웠다.

6개월보다는 더 일해보자고.

그런데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고비를 맞이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피대신 마주 보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잘못되서가 아니라 아파서 그런 거야.

치료하면 괜찮아질 거야.

견디지 못하겠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처음 우울증 일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고등학생 시절로부터

꼬박 10년이 흐른 27살에 처음으로 정신과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