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첫 번째 정신과 의사
처음 정신과에 갔던 날의 날짜를 기억한다.
7월 7일.
행운의 7이 겹치는 7월 7일에 드디어 병원을 찾아가
내가 얼마나 괜찮아질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그때 당시 가장 힘들었던 건 감정조절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때였는데,
아이들의 행동에 자주 화가 났다.
또 일상적인 일을 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점심시간, 낮잠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조여 오고 답답해졌다.
그런 시간에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나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아이들,
보란 듯이 장난을 치는 아이들...
아이니깐 할 수 있는 일에도
감정이 파도쳤다.
아, 이러다 내가 뉴스에 나오겠구나
솔직한 마음이 그랬다.
그래서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어린이집 선생님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어릴 때 엄마한테 많이 맞고 컸어요
저는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 안되고 싶은데
자꾸만 제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무서워요
병원에 간다고 금방 무언가 되지 않았다.
내 상태를 알려면 심리검사를 해보자 했다.
문장완성검사, 무슨무슨 검사, 이것저것 적어 보내야 했다.
그리고 임상심리사에게 심리평가도 받아야 했다.
그림을 보고 느낌을 말하는 검사나
컴퓨터로 진행하는 검사도 했다.
내 진단명은 역시나 우울증.
PTSD에 의한 이중우울증.
한 달에 한번, 두 달에 한번.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으니
아 여태 왜 병원을 안 갔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우울도 불안도 사라지지 않았지만
잠식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감정이 걷잡을 수 없어 순간 욱하거나
땅으로 꺼지는 날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던 유튜버 닥터프렌즈에 이낙준 선생님은
정신의학과를 가려다가 정신과 의사는 말을 많이 들어줘야 하는데
자기는 말을 하는 게 좋아서 못 갔다고 했는데
내가 처음 간 병원에 의사는 나보다 항상 말이 많으셨다.
병원이 집이랑 멀어서 두 달에 한번 병원을 갔는데
두 달 동안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럴 때 힘들었다 말하고 싶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 하면 그거에 대한 의사의 생각을 듣느라
고개만 끄덕이다 나오기 일쑤였다.
병원을 1년 가까이 다녔을 때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을 계획할 때였다.
만난 지 5개월 만에 부모님께 결혼을 하겠다 하니
엄마는 있는 대로 펄쩍 뛰셨다.
병원에 다닌 이후로 오랜만에 엄마랑 대판 싸웠던 날이 있었다.
그러고 병원에 가서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결혼을 준비 중인데 그 문제로 엄마랑 싸웠고
매번 받았던 막말이지만 도저히 감당이 안돼서
아파트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꼭대기 층을 향해 걸었다고.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계단을 올라가는데 힘들어서 심장이 뛰는지
드디어 오늘 내가 늘 기도하던 꿈을 이루는 날이라
심장이 뛰는지 모르겠는 기분이 들었다고.
그런데 결혼을 준비 중인데 그 문제로 엄마랑 싸웠어요.
한마디에 의사는 자기 결혼할 때도 그랬다.
우리 와이프도 나랑 결혼할 때 장모님이랑 많이 싸웠다.
결혼 문제가 들어오면 엄마도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고
어쩌고 저쩌고..... 선생님의 경험담과 이야기를 듣느라
그 이후의 말은 하나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다 나왔다.
그리고 병원을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렇게 정신과 약을 먹은 지 1년 만에
내 마음대로 약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