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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Aug 15. 2017

[부자와 공부] 근면은 행운의 어머니

[벤자민 프랭클린]이 말하는 근면성

  국가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자 일자리 공급이 노동 수요를 흡수할 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경기가 급변하면서 고용도 불안하다. 일자리가 있어도 써야할 돈은 나날이 늘어나는 반면, 들어오는 돈은 그에 맞게 증가하지 않는다. 급기야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생겼다. 자수성가하기 어려운 현실을 빗대는 말이다. 본래 한 인간의 삶의 질은 국가·사회·가정 등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그 운명적 환경을 자기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사회가 건강하다. 그것이 과거에 비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벤저민 프랭클린이 살던 시대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은 애초에 영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세운 사회다. 이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영국 귀족이나 상인이었다. 따라서 평등의 상징인 미국에도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금수저가 있었다. 유럽 귀족의 관습에 따라 친척에게 유산을 받아 부자가 되는 은수저도 있었으며, 특별한 배경 없이 태어나는 흙수저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도 지금처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의 공감대가 있었다. 《부자가 되는 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살기도 힘든데 내야 할 세금이 너무 많다고 불평한다. 심지어 이러다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한다.     


  이들에게 벤저민 프랭클린은 “부자가 될 기회가 없었고 유산을 받을 친척도 없”는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첫 번째 방법은 근면이다.

  “부지런히 일하면 절대로 굶을 일이 없다. 왜냐하면 가난은 일하는 사람의 집을 기웃거리기는 해도 감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태만하면 모든 일이 어려워지지만 근면하면 쉬워진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사람은 하루 종일 허둥지둥 대다가 그날 할 일을 거의 하지 못한다. 게으름이 느려 터지게 움직이는 동안 가난이 순식간에 덮친다.” 

 “일을 끌어가야지, 일에 끌려 다니지 말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하고 슬기로워지며 부자가 된다.”  

  

  솔직히 말해서, 근면해야 한다는 말은 식상하다. 자본주의 성숙기인 요즘은 시대착오적 훈계 같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생기기 전인 벤저민 프랭클린 시대나 폐허에서 시작해야 하는 전쟁 후에는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일하는 노동이 개인과 사회에 유용했다. 반면 자본주의 성숙기에는 그동안 축적된 자본이 돈을 번다. 노동은 기계가 대신한다. 부지런보다는 효율이 더 중요하고 꾸준함보다는 모험의 가치가 더 크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근면의 가치를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근면하면 도전정신이 생긴다    


  한 때 현대중공업 광고에 故정주영 회장의 영상이 회자된 적이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그는 무일푼으로 영국에서 선박 건조를 수주한 얘기를 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현대중공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는 무일푼이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소조차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불리한 여건에 굴하지 않았다.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오백 원짜리 지폐만 들고 유럽으로 간다. 유럽의 사업자들이 정주영 회장의 제안을 거절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는 가져간 사진과 지폐를 꺼냈다. 조선소를 지을 땅이 여기 있으며 외세의 침입을 막을 정도의 이런 철갑선을 영국보다 300년 앞서 만들 정도로 선박 제조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결국 그는 영국과 그리스에서 선박 두 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 일화는 故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을 보여준다. 도전정신을 전문용어로 하면 ‘유능성’이다. 유능성은 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역량을 발휘해서 일을 해내는 능력이다. 개인이 전 생애의 각 시기마다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전 생애 발달이론」을 정립한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이 말하는 여덟 가지 가치 가운데 하나다. 에릭 에릭슨에 의하면, 아동의 지적 및 신체적 발달 순서는 과제 해결력에 이어 근면성이다. 그리고 근면성이 발달하는 단계에서 유능성을 터득한다고 주장한다. 즉, 모험은 근면성을 갖출 때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故정주영 회장은 도전정신과 함께 근면하기로 유명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에 비해 도전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제 호황기였던 과거에는 기회가 많았지만 경제 성숙·침체기인 지금은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러한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사람들에 비해 현대인이 꾸준하지 않고 부지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눈 깜짝할 사이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의 수고를 대신하는 각종 기술에 흠뻑 젖어있는 덕분이다.

  도전 정신이 근면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에릭 에릭슨의 주장을 참고한다면 꼰대의 지적도 영 엉뚱하기만 한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런 말을 하는 꼰대 역시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한 현대인이기는 마찬가지이나, 나이가 어릴수록 현대 문물과 이기에 능숙하다. 

  인간은 편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그것에 의존한다. 편한 걸 찾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생활수단이나 기구가 발달할수록 인간의 근면성과 도전 정신은 위협 받는다.


  그래도 여전히 근면을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가? 그렇다면 근면의 두 번째 잠재력을 듣고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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