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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3. 2019

성실하면 운도 따른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멘토로 삼았던 상사가 있었다. 그 상사는 똑똑했지만 겸손했다. 명석한 만큼 윗사람도 그를 신뢰했고 겸손한 만큼 부하직원도 그를 잘 따랐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던 그는 대기업 계열의 금융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다른 금융회사에 다니는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금융사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편이다. 신입직으로 입사해 성장한 사람과 경력직으로 입사한 사람을 성골과 진골이라 부르고, 임원이 되려면 성골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 상사가 직장을 옮기고 1년 쯤 지났을 때는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는지 살이 많이 빠지고 핼쑥한 모습이었다. 경쟁이 치열하고 텃새가 심해 더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성골 못지않게 빨리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권위적이거나 훈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윗사람을 깍듯하게 대하듯이 아랫사람에게도 자기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 말을 들어주는 편이다. 그런데 한 술자리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던 요인을 밝혔다. 그때 나는, 임원 되더니 스타일이 서서히 바뀌는 건가하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스스로 모범을 보일 수 있는 조언을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대부분 불가능하다고 예상했던 임원 승진을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근면성 덕분이었다. 근면이라고 해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일할 때도 그렇고 새 직장에서도 그는 칼퇴근의 대명사였다. 새로운 직장의 부하직원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그의 정시 퇴근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가 말하는 근면은 일종의 성실하고 꾸준하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는 제 시간에 퇴근하는 만큼 출근시간도 철저하다. 일찍 출근하는 날은 있어도 지각하는 날은 없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에게 업무에 관한 지적을 받은 기억은 없지만 출근시간을 지키라는 꾸중을 들은 적은 있었다. 그는 전날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출근 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다. 그가 회사 대표 눈에 든 결정적 계기 역시 이른 출근덕분이었다는 것이다. 대표를 포함해서 여럿이 밤늦게까지 코가 삐뚤어지게 과음한 다음날에도 그는 여느 때처럼 조금 일찍 출근했다. 그런데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는 길에 대표를 만난 것이다. 전날 그토록 무리했는데도 일찍 출근한 그를 보고 대표가 인상 깊어 했고 아마 그것이 자신이 승진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던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그에게 임원 승진은 상당한 운 덕분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하는 업무가 성과를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가 성골도 아니기 때문이다. 불분명한 그의 직장생활을 일찌감치 성공 쪽으로 기울게 만든 행운은 다름 아닌 그의 근면한 태도가 가져왔다. 그와 같은 행운을 얻고 싶다면 우선, 부지런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이를 입증한 실험도 있다. 하트퍼드셔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리처드 와이즈먼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모아 놓고 각자 입체 퍼즐을 맞추도록 했다. 스스로 행운이 따른다고 여기는 사람은 끝까지 고민을 멈추지 않았지만, 스스로 운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금세 포기했다. 행운의 다른 말이 기회라면, 난관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행운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자답게 벤저민 프랭클린은 일찌감치 이를 통찰했다.

  “부지런은 행운의 어머니이다. 신은 근면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허락하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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