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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3. 2019

진짜 부자가 되는 빠르고 안전한 길

  부모님은 주식 투자 얘기를 꺼내면 불장난하는 아이를 혼내듯이 나무란다. 우리 부모님만의 반응은 아닐 것이다. 주식 투자는 너무 위험해서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대부분 인식한다. 부동산 투자가 주식 투자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고도 여긴다. 주식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시대착오적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보 부족이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옥은 《주식투자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에서 개인투자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내실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개인 투자자는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뒀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2003년 이후 것들이다. IT기술 발달로 투자에 필요한 기업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시대에도 투자 성향이 이러했으니, 참고할 만한 기업 정보가 많지 않았을 과거의 주식투자는 대부분 투자가 아니라 투기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둘째, 단기 투자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리 성장했다. 그에 따라 개인도 투자 수익을 거두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내 부모님이 감행했던 첫 번째 투자와 같이 투자자들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짭짤한 수익을 거두는 경우가 잦았다. 게다가 주식은 매일 오르내리는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손해와 이익이 눈앞에서 어른거리기까지 하니, 돈을 넣어두고 수년을 기다리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와 닿지도 않았을 것이다. 


  작년 2월 말,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냈다. 그 서한에 따르면, 주식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 단, 장기 투자일 경우다. 주식을 오래 보유하려면 자연히 내실 있는 기업에 투자할 것이다. 그동안 이따금 생길 수 있는 상당한 손실은 부침일 뿐이지 위험이 아니라고 버핏은 말한다.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린다면 위험한 투기가 되지만 장기간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며 매매하는 주식은 투자라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장기전이 기본이다. 아무리 짧아도 2년은 기다려야 한다. 이제는 기업 투자에서도 오래 기다릴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비단, 가치투자로 위험을 감소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개인에게 장기투자는 특별한 장점이 있다.


  첫째,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8~9%에 이르는 고성장 시대에는 국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자산 가격이 저절로 오르거나 짧은 기간 동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투자해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장기 수익률을 보면 주식시장은 부동산에 비해 월등히 성장했다. 


  둘째, 장기 전략을 취할 수 있는 여건 면에서 기관 투자자에 비해 우위다. 기관 투자자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는 각종 수수료다. 펀드를 운용하면서 종목을 사고팔수록 기관이 수취하는 수수료도 증가한다. 또, 실적을 분기별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단기적 기회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대규모의 조직적 정보 수집 및 분석, 매매능력, 자금 면에서 불리하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를 제약하는 구조에서 자유롭다. 매매 횟수를 줄일수록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고 실적 평가 기간을 몇 년 단위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실력을 키울 수 있다. 멀리 보려면 기업과 산업·시장을 조사해야 하고 경제 환경과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제·재무·투자 감각 같은 실력이 쌓인다. 장기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견뎌야 할 때와 포기할 때를 구분하는 일이다. 미국의 투자자 모건 하우셀은 투자회사 모틀리 풀에 기고한 글에서 위 두 가지 경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늠한다고 말한다. 실패하는 경우는 대개 확증 편향에 빠질 때다. 확증 편향은 투자 대상에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 또는 비용과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버핏의 경우, 대체로 신속하게 결정할수록 수익률도 높았다고 한다. 명쾌한 대상에만 투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70년 동안 가치투자를 고수하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신속한 결정, 인내와 손절매 기로에서 필요한 지혜는 단기간에 반짝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손쉬운 길이 아니다. 여기저기 고랑이 파여 있고 돌부리가 솟아있다. 그 길에서는 누구나 여러 번 넘어진다. 부자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오래 걸은 사람의 다리가 더 튼튼하다.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사람의 눈이 더 예리하고 정확할 뿐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부자가 됐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재산이 많아진 사람은 부자라고 할 수 없다. 부자는 단지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는 돈의 흐름과 성질을 알고, 그것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복권에 당첨되거나 어린 시절 기지 넘치는 아이디어로 큰돈을 벌었던 사람이 다시 무일푼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진짜 부자나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꾸준함이다. 부는 부지런하고 꾸준하게 차근차근 이룰 때 진짜가 된다.     


  버핏은 말한다. “9명의 여자를 임신시켜도 한 달 만에 아이를 얻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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