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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3. 2019

티핑포인트에 도달하는 힘

  버핏의 말처럼 한 달 만에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 눈으로 직접 아이를 보려면 열 달을 기다려야 한다. 열 달이 지나기 전까지는 현실에 아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아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여자를 떠난다면, 아무리 많은 여자를 임신시켜도 결코 아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곧잘 의지를 다지며 큰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과정을 참고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소수다. 특히, 저축에 관해서는 더욱 그렇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매월 통장에 돈이 들어오자 거리낌 없이 돈을 쓴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일의 사명감이나 보람은 사그라지고, 그 자리를 직장생활의 고달픔이 점점 차지한다. 자기 노고를 위로받고, 그 대가를 확인하고자 통장을 확인해본다. 하지만 구직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일관성을 유지하는 잔액에 가슴을 부여잡고 통탄한다. 돈을 모으고 불려 통장 잔액 란을 숫자로 꽉 채우겠다며 주먹을 불끈 쥔다. 매달 월급의 10%를 저축한다. 하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의 10%는 너무 적다. 월급이 넉넉하지 않으니 저축액을 늘릴 수도 없다. 힘들게 생활비를 줄였지만 몇 달이 지나도 통장은 여전히 너무 보잘 것 없다. 머리를 굴려서 이렇게 저렇게 계산해 봐도 이런 식이라면 몇 년이 지나도 성에 차지 않는다. 에잇, 쥐꼬리만큼 저축해봐야 소용없어. 이때 귓가에 맴도는 메아리, 인생은 한방이야!     


  나무를 쓰러뜨리려면 도끼질을 수 없이 반복해야 한다. 몇 번 도끼질을 했다고 나무가 넘어가지 않는다. 굵고 큰 나무일수록 똑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하는 횟수도 늘어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무가 넘어간다. 나무를 넘긴 것은 마지막 도끼질 한 번이 아니라 그 전까지 나무를 내리친 수십 번, 수백 번의 도끼질이다. 일본의 입지전적 기업가 다카하라 게이치로는 《계속하는 힘》에서 증기기관차를 예로 든다. “증기기관차도 아무리 석탄을 넣고 풀무질을 해도 어지간해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꾸준히, 계속하다보면 갑자기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 온다. 100도가 넘는 순간 물이 끓고, 212도가 넘으면 증기기관차가 움직인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면 오히려 멈추기가 쉽지 않다.” 


  변하기 시작하는 그 마지막 순간을 물리학에서는 임계점이라고 하고, 사회과학에서는 티핑포인트라고 부른다. 티핑포인트란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이다. 어떤 것이 갑자기 뒤집힌다면 이전과 전혀 다른 변화가 생길 것이다. 티핑포인트는 그러한 급변이 작은 일에서, 재빨리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부자가 되는 길에도 티핑포인트가 있다. 티핑포인트를 지나면 비로소 돈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자의 티핑포인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고, 어느 시점을 말하는 것일까?     


  부자의 티핑포인트는 종자돈 마련을 의미한다. 보통 사람이 부자가 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종자돈과 투자 지식이다. 어느 정도 본보기가 될 정도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규모의 축적자산을 기반으로, 이 축적자산을 잃지 않도록 운용하는 과정이 부를 향한 여정이다. 따라서 이 두 가지가 각각 부자 되는 길을 걷는 사람의 왼짝, 오른짝 운동화라고 할 수 있다. 티핑포인트 시점은 종자돈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가 될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사람마다 기질이나 성격·성향도 달라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재테크로 부자가 된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개 1억 원 정도의 목돈을 마련할 때가 티핑포인트다. 1억 원 정도가 투자시장에서 일할 만한 규모이고, 보통 사람이 가장 빠른 시일 안에 만들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투자지식도 익힐 수 있다.     


  종자돈을 마련할 때 주의할 사항은 소비 통제와 안정성이다.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축적자산을 쌓는 데서부터 포기하고 만다. 그렇지 않더라도, 돈을 손쉽게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비 통제는 부자가 되는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핵심 중의 핵심이다. 투자 게임의 총알을 만드는데 뿐만 아니라 부자 자질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하다. 비단 부자뿐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질을 내포한다. 재무컨설팅을 하다가 재테크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는 맹재원은 《1억의 벽》에서 한 투자가의 말을 인용한다. “외상거래인 신용카드가 마이너스라면 잔액거래인 체크카드는 제로입니다. 마이너스 인생이나 제로 인생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죠. 부족함이 없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가난하게 사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철저한 소비 통제를 위해 자발적으로 가난을 택한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다룰 때 고려할 사항이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면, 종자돈을 모으는 시기에는 안정성이 최우선이다. 리스크가 있으면 수익성이 높지만 가능한 빨리, 많이 모아야 하는데 수익성을 생각한답시고 리스크를 쫓으면 티핑포인트 도달이 멀어진다. 파생상품이나 해외주식 같이 초보자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리스크가 큰 투자는 철저히 회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금이나 적금만 이용하면 본격적으로 투자할 때 필요한 경험과 감각을 쌓을 수 없다. 용도별로 통장을 나누고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쌓고 난 뒤, 소량을 리스크가 적은 금융상품이나 우량주에 적절히 투자할 필요가 있다. 

     

  1억 원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저런 실수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자기 실력으로 1억 원만 모으면 그 다음 10억 원을 모으는 과정에서는 이전 보다 적은 실수를 할 것이고, 더 빨리 모을 수 있을 것이다. 1억 원을 모으는 동안 돈의 성질을 익히고 투자와 경제 흐름을 보는 실력을 쌓기 때문이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수월해지는 것은 자산 증식에도 해당된다. CNN을 설립한 미디어 재벌 테드 터너도 티핑포인트를 말한다. 세계적 거부답게 그의 티핑포인트는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티핑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그가 느꼈던 어려움은 우리와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중요했던 도전은 첫 100만 달러를 손에 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 이후부터는 쉬웠다. 돈이 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억 원이 될 때까지 저축하고 공부하면서 투자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1억 원을 모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그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에 리스크가 큰 투자를 감행했다가 큰 타격을 받아 좌절한다. 또는, 변화하는 시대를 통찰하기 위한 끊임없는 공부를 지속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절약·저축을 위한 자발적 가난을 견디지 못한다. 창업 개념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마윈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창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저에게 이러이러한 사업 아이템은 어떤지 물어봤다가, 내일은 또 저러저러한 기회가 있는데 어떨 것 같은지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창업의 가장 큰 핵심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만약 매일같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한다면 세상은 차츰 당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진득하지 못하게 이 일 저 일 손대는 사람은 평생 세상을 중심으로 돌아야 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창업의 핵심입니다."     


  결국, 부자가 되는 길의 첫 단추는 느린 듯 적은 듯 성에 차지 않는 속도와 진척을 받아들이고 꾸준함과 부지런을 견딜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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