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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 내버려둬도 되요

하기 싫은 마음,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by 홍주현

거울의 밝은 바탕을 드러내고 싶으면 먼지만 걷어내면 된다. - 성철 스님
세상이 복잡한 게 아니라 머릿 속이 복잡할 뿐이다. - 법륜 스님


남자들은 대개 오락을 참 즐기는 듯합니다.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는 남동생은 늘 오락으로 불금을 보내는 듯하고, 음주를 적당히 즐기는 남편은 늘상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오락에 몰입하곤 하거든요.


그런 남편 모습은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에서 비유하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같아요. 정기적으로 동굴로 들어가려고 하는 건 여자로 치면 한 달에 한 번씩 걸리는 마법과 같은 것도 같고.


자식이 오락만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모 속이 터지잖아요. 밥도 잘 안 먹고 새벽까지 오락만 하는 남편 모습을 처음 봤을 때는 적잖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저건 올바르지 않아! 남편이라는 사람이 저럴 수 있는 걸까? 잘못 결혼한 걸까? 저렇게 놔 두면 안 될텐데. 막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걱정했죠.


몇 번 겪어보니, 그다지 걱정할 일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내가 어케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두면 되더라고요. 저는 뭔지 이해할 수도 없고 도통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스스로 동굴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렇게 배고프다고 밥 달라는 소리도 하네요.)


얼마 안 살았지만, 세상 많은 일도 그런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 될 일인데 내가 자꾸 어케 해 보려고 애쓰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내 힘으로 어케 할 수도 없는 건데, 내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고 착각합니다. 내 힘만 빼는 거죠. 그러다가 괜히 자괴감을 느끼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고요.


대표적인 게 감정인 것 같아요. 특히, 부정적인 것들이요. 그런 감정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없애고, 얼른 쫓아내려고 애쓰죠.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시에 동굴에 들어갔다가 때가 되면 나오는 남편처럼, 불시에 찾아왔다가 때가 되면 알아서 사라지죠. 다만,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일으켜서 문제지만!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그 주체인 내가 그 감정이나 생각을 내버려두지 못한다는 것. 즉, 그 감정이나 생각을 무럭무럭 키운다는 것입니다. 둘째, 그래서 그 감정이나 생각이 종용하는 데로 일을 저질러 버린다는 것이에요. 내 화의 원인을 제공한 대상에게 폭언을 쏟아 붓거나 하기 싫은 일을 맞닥뜨렸다면 그냥 미루면서 도망가 버리는 거죠. 아니면, 어쩌지 못해 뒹굴거나.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대개 그 감정이나 생각을 위에서 찍어 누르듯이 억누릅니다. 안 돼, 그러면 안 돼! 또는 미루면 안 돼, 하기 싫어하면 안 돼, 해야 돼! 이러면서요. 한쪽에서는 그 감정이나 생각이 어서, 어서 자라라 자라라 하면서 스스로 무럭무럭 키우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또 억누르고 있는 것입니다. 어휴,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사는 건 고통입니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그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무럭무럭 키우지 않는 것 밖에 없어요.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 자체를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없습니다.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활동적인 사람이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싫은 게 당연한 거죠. 그걸 좋아하려고 하는 건..그것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억압입니다.


하지만, 그 일어난 감정이나 생각이 더 커지도록, 조절할 수는 있어요. 싫은 대상, 나를 화나게 한 그 대상이나 상황에서 시선을 돌리면 됩니다. 그렇게 일어난 생각이나 감정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그것들은 저절로 사랍니다. 마치 아이가 비합리적으로 울며불며 떼 쓸 때,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리고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저절로 그 어깃장을 멈추는 것과 같은 원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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