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은 온정이나 공감 능력이 아니라 신뢰 위에서 쌓을 수 있는 덕목
영화 <다우트>를 다시 보았다. 5년 전에 무척 재미있게 봤지만,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60년대 미국 사회/문화 분위기에만 주목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그 때엔 미국도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도덕주의적이었던 것 같다는 내 인상을 단단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지금 다시 보니, 나름 메시지가 남는다.
제목이 말하듯이, 이야기는 신뢰에 관한 내용이다.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는 원리원칙주의자 수녀를 통해 영화는 신뢰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인간에게 관용이 존재할 수 없는 원리를 보여준다. 그리고 신뢰가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견해 같은 빈약한 공격만으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 지도.
즉 관용은 그저 온정이 있다거나 공감만 할 수 있으면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신뢰를 바탕해야 쌓을 수 있는 덕인 것이다. 그것이 낯선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에 의해 사회적 신뢰를 두텁게 쌓은 사회일수록 관용이 쉽게 발견되는 이유일 것이다. 개개인으로서는 삶의 경험이 두터워야만 발휘될 수 있는 덕목인 이유이기도 하고. (하이에크에 의하면, 관용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개인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아마 그래서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사회에서, 그리고 사회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 여성이 상대적으로 융통성 없는 경향이 있는 듯하기도 하다.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