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애쓰지 않으려면
나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서 그건 동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는 걸 알고 맘 접었다.
그런데 씨크릿(or 꿈꾸는 다락방 류)을 접하고 어쩌면 마법사가 될 수도 있겠구나, 다시 희망을 가졌다.
마법의 핵심은 생생하게 꿈을 그리고 나서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되나?
생생하게 그리는 거야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잊어버려지지 않는 것이다. 잊어버리기는커녕 간절할 수록 더 생각난다. '내가 생생한 그리기를 잘못한 건 아닐까? 뭔가 더 필요한 요소가 있지 않을까? 언제 될까? 안 되면 어쩌지? 이게 혹시 이루어질 조짐인가?' 그렇게 혼자 진을 빼다가 종지부를 찍는다. 그럼 그렇지, 헛소리!
나는 자신감이 없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늘 방법을 찾는다.
하루 동안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세 가지 쓰기, 김혜수 같이 자신감 넘치는 사람인 듯 자기최면 걸기, 확언 반복 암송 등.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내 안 깊은 곳은 여전히 비어있다. 씨크릿에서 생생하게 그리기와 비슷하게 그저 모래성만 쌓는 느낌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은 확신을 주입하면서 나 자신을 억지로 채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비울 때 드러나는게 아닐까? 비운다는 건, 근사한 결과를 내든 못 내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을 전부 쏟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뭘 더 할래야 할 수 있는 게 없단 느낌이 들면 그때 오히려 자신감으로 충만하는 것이다.
'그래, 난 할 만큼 다했다. 그게 이 정도다. 그래, 어쩔래!'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 상태에서는 불안이 사라진다. 된다는 확신이 들어서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되든 안 되든 나는 모르겠다. 안 되도 어쩌랴, 더이상 내가 더 할 수 있는게 없는데. 해 볼 테면 해 봐라.' 이런 정도가 되면 만약 정말 안 된다해도 미련이 남지 않는다. 쿨하게 털어내고 돌아설 수 있다.
씨크릿으로 치면, 생생하게 그린 후 '잊어버리는 것'이다. 평온해지고 자신감도 자연히 생긴다.
소원 성취의 핵심은 힘 빼기, 즉 억지 노력을 그만 두는 것이다. 이것은 최선을 다하고 나서야 가질 수 있는 태도다. 고리타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니! 아무리 씨크릿으로 포장해도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그 얘기다. 또, 매우 역설적이다. 그게 세상 이치니 어쩌랴.
그러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은 언제 드나?
대개 지루하고 불안해서 그만두고 싶거나 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조금 더, 끝까지 지속할 때 생긴다. 즉, 이쯤에서 그만둘까 하는 적당주의 생각이나 아~하기 싫다 이런 마음을 부드럽게 보듬는 힘을 가진 사람이 바로 마법사인 것이다.
하기 싫은 마음, 나태해지려는 마음은 제압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발한다.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어린 아이 다루듯 어루고 달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