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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이 과연 뭘까?

인정 받지 못해도 하지 않으면 괴로워 못 견디는 것

by 홍주현

내 경험에 비추면, 많은 청년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과연 뭘까?" 궁금해 할 것이다.


한국에서 자라는 청소년은 자기 자신을 알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과거엔 먹고 살아야 하느라, 특히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부담이 청소년 시기부터 어깨를 눌러 자기 욕구를,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여력이 없었고, 지금은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십 대 시절, 온통 공부에만 몰입해야 하는 환경이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두기 어렵게 만든다.


한국의 청소년에게 가야할 길은 대개 정해져 있다. 국가에서 규정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의무가 끝나도 대학을 가고, 그 다음엔 어엿한 곳에 취직을 하는 것이다. 물론, 도로가 한 곳을 향해 있어도 어느 차선으로 갈지를 선택하는 일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은 사람은 그 얼마 안 되는 선택지를 갖고도 지나치게 망설인다. 일명, 선택 장애 증후군이다.


진로 뿐만 아니라 생필품 소비에서도 선택 장애 증후근을 겪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도 그런 경향이 적잖이 있고, 가까운 친구도 그렇다. 나와 친구의 공통점은 마마걸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내 일에 대해서 엄마 주장이 강했단 의미다. 청소년기엔 더 그랬다. 요즘도 많은 부모가 자녀가 학업에 몰두하도록 돕기 위해서 기타 다른 것들을 대신 선택해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누가 대신 선택해주면 편하지만, 나 자신과는 점점 멀어진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돼 있기 때문이다. 효용의 다른 말은 만족이고, 최대 만족을 얻으려는 본능이 선택 기회를 맞이할 때마다 자기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특히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에,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돕겠다(공부에 열중하도록 만들기 위해)는 타인(엄마, 부모, 선생님)의 선의에 의해 선택 기회를 박탈 당하는 사람(청소년, 학생)은 실은 자기 소외를 연습하고 있는 꼴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직장을 다니면서 늘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진짜 내 일은 뭘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딱히 좋아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나를 볼 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러빙 빈센트>에서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고흐는 그림을 그린 8년 동안 800점을 남겼다. 그 생전에 팔린 그림은 한 점이다. 아무도 그의 그림을 사지 않아도, 아무도 그가 애써 그린 그림을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는 계속 그림을 그렸다. 그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여관 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매일 똑같은 시간(오전 여덟 시)에 그림 도구를 들고 나가서 매일 같은 시간(오후 다섯시)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다른 예술가처럼 그 역시 엄청나게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것이다(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서 많은 작가가 규칙적 글쓰기를 강조한다). 그 역시, 평범한 우리처럼, 그런 규칙적 생활을 깨고 싶은 날이 이었을 것이다. 하루 이틀, 깼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날이 며칠 있다 해도 다시 또 규칙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 태도는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상태이었을 테다. 따라서 그건 억지로 짜낸 의지가 아니며, 더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는 마음조차 넘어선 것이다. 그것은 몸은 쉬고 싶어도 그리지 않으면 마음이 더 편치 않은 상태, 그래서 힘들어도 그림을 그리고 나야 비로소 편안해지는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 또는 끌리는 일은 그런 일일 것이다. 죽을 때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서 실생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도, 몸은 쉬고 싶고 하기 싫어해도 실제로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나타날 때까지 구지 머리 싸메고 찾지 말고, 걍 내 앞에 닥친 일 아무거나 하면서 기다리라고 권하고 싶다. 엄한데 용 쓰지 말고, 자기 앞에 지금 있는 일에 그 노력을 기울이는 게 낫다. 좋아하는 일, 천직 그런 건 노력한다고 찾을 수도, 될 일도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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