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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방해하는 것들에 대처하는 연습하기

호흡 바라보기

by 홍주현

평소에 호흡을 지켜보는 연습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을 기르는데 유용하다.


요즘 나는 마음 다잡고 앉아 삼십 분씩 호흡 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어 명상이라 불러도 손색 없다.


그러고 앉아 있으면,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그 생각들 때문에 처음에는 호흡을 보는 게 잘 안 된다. 어느새 생각에 빠져서 한참 헤엄친다. 때로는 과거에 어느 사건이 문득 떠올라 화가 막 나기도 한다. 그 감정 때문에 괴로워 돌아가실 지경인 적도 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생각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이다.


그렇게 명상에 실패해도, 다음 날 또 하고 또 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하다가 보면 어느새 생각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힘이 슬며시 생긴다. 괴로운 감정이 생겨도 방바닥을 구르지 않는다. (이 때 괴로운 그 느낌을 차분히 지켜보면 그 일을 감정적/정신적으로 청산하게 되는데, 그건 또 상당한 힘이 생겨야 가능하다.)


그러나 온갖 생각은 계속 떠오른다. 중요한 변화는 그 생각에 잠깐 빠졌다가도 다시 호흡으로 의식을 옮기는 횟수가 잦아진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생각을 내 힘이나 의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내 의지로 목표를 설정해도 그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 자신이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분산시키고 있는지 등을 발견한다.


오늘 말하고 싶은 건, 생각이 내 뜻에 따라 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 생각을 제어하려고 의지를 내고, 또 다른 힘을 쓴다는 것이다. '에이,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 '에이, 호흡에 집중해야 되는데!' 이러면서 나 자신을 다그친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나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마치, 하기 싫은 일을 눈 앞에 두고 움츠러들고 뒤로 물러서려는 코끼리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채찍질을 휘두르듯이!


호흡을 바라보려고 눈을 감고 앉아도 나는 여전히 생각이 떠오르는 걸 발견하고 또 그 생각에 빠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면, '그러면 안 돼!'라는 채찍질을 하려고,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온다.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그 채찍질 대신, '딴 생각이 떠올랐구나. 그래,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그 생각에 한참 빠져있었구나. 그래,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괜찮아. 그래도 되는 거야.'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을 다독인다. 그리고는 다시 호흡을 본다.


싫은 일, 두려운 일을 만날 때 도망가려는 코끼리에게 우리는 자꾸만 모진 채찍질을 휘두른다. 자기도 모르게 그런다. 그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자기 자신, 상황, 타인에게 화를 내는 모습과 똑같다. 심지어 명상하겠다고 차분히 앉아있을 때 마저도 이러니, 주의를 여러 곳에 둬야 하는 일상 생활에서 그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기도 모르게 자기 자신(이나 상황 또는 타인)에게 다그치고 화 내는 게 당연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평소 호흡 지켜보는 연습을 권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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