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열쇠와 '나' 관찰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특별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몸 컨디션이 그럴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도 기분 전환 되는 건 잠시일 뿐 다시 기분이 다운된다. 이 기분 나쁨의 원인은 생리 주기에 따른 몸 컨디션이라서 내가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 나는 그저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불난 집에 기름 붓기하지 않는 것만 할 수 있다. 그것은 기분 나쁜 상태의 나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다.
그런데, 어제는 그걸 잘 하지 못했다. 기분 나쁜 느낌이 시키는대로 맥 없이 했다. 가령, 페이스북질이다. 페북에 접속하면 타임라인에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련한 포스팅이 주로 뜨는 탓에 페북을 보고 있으면 대개 기분이 좋지 않아진다. 그래서 멀리 하려고 주의하고 있는데 어제는 그냥 맥 없이 페북에 자주 접속했다. 타임라인을 보다가 어떤 의견이 떠오를 때마다 내 게시물을 작성하기도 했다. 잠들기 전까지 기분이 악화됐다.
페북을 자주 보는 것이 내 기분을 악화시키는 일인 줄 알면서도 나는 왜 그렇게 했을까? 첫번째 이유는 그걸 자제하는 힘, 나 자신을 지켜보는 힘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두번 째 이유는 끌어당김이다. 나 자신을 지켜보는 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와 내 기분을 악화시키는 일을 하는 것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 나 자신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더라도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내 상태를 악화시키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일을 했다.
그것은 끌어당김이다. 끼리끼리 모인다는 공명 현상이다. 내 몸 컨디션에서 발생한 기분 나쁨이 그것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할 무언가를 하도록 나를 추동한 것이다. 내가 그것을 했다는 나 중심 관점에서 표현하지만,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다.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드는 정보가 자꾸만 내게 전달된 것이다.
친구 가운데 다이어트의 노예인 애가 있다. 고딩 졸업 후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근 이십 년을 넘게 매일매일 다이어트로 고민한다. 아이도 있고 당장 직장을 구해야 하는 처지지만, 여전히 친구의 최대 관심사는 다이어트다. 만날 때마다 늘 1kg, 2kg으로 고민하더니 최근에는 0.5kg, 0.2kg 변화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다. 따라서 뭘 마음 놓고 먹는 때가 드물고, 먹을 때마다 또는 먹고 나서 죄책감을 갖지 않는 때가 드물다.
옆에서 보면, 그 친구는 늘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적이 별로 없다. 가장 심하고 두드러진 일이 다이어트지만, 다른 일에서도 그렇다. 완벽주의 성격까지 있어서 더 그렇다. 그런데, 그런 친구 성향을 주위에서 더 부추긴다. 대표적인 게 남편이다. 남편은 안 그래도 그녀가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쓰는 다이어트, 외모에 대해서 친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옛날 회사 동료 가운데 전지현과 결혼하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친구의 외모가 얼추 그 수준과 비슷하기를 바라고 요구했다. 나 같으면 절대로 같이 못 살 것 같은데, 친구는 그에 대해서 그다지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워낙 자기 외모에 불만을 갖고 있어서 남편의 요구가 마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도 힘들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때때로 남편이 너무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속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면, 그 남편이 몹쓸 사람이다. 친구 얘길 들을 때마다 나도 늘 남편이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면 달라질까. 아주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컨대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테다. 아마 다른 사람도 여전히 그녀에게 그녀 아닌 다른 모습을 요구할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외모가 아니더라도. 나는 왜 이렇게 예상할까?
그녀 자신이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모습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적지 않은 탓에 그 마음 상태는 분명 그와 비슷한 마음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가질 수 있는 어떤 상황, 또는 어떤 사람을 끌어당길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내 기분 나쁜 느낌이 그 상태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나로 하여금 페북질을 하게 만들었듯이. 머리로는 그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마음, 또는 몸은 지금 자기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하도록 추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익숙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끌어당김은 시크릿 류가 히트치면서 알려졌다. 나도 평소 그런 설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비록 거칠고 투박한 표현이지만, 모든 게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도 끌어당김과 비슷한 의미일 테다. 어제의 나와 친구를 관찰한 결과, 끌어당김은 진실이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는 원인은 내 안에 있다. 실제 노력의 문제는 당연한 것이고, 노력해도 잘 안 된다면 마음에서 뭔가 내 일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는 것이다.
나는 점점 일이 술술 잘 풀리도록 만드는 데는 노력이나 기술, 재능 등을 계속 '첨가'하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두려움, 자신감 없음, 등등 아무튼 내 안에서 나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일이 더 관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기술 재능 등 기본 요소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 것이고) 그런데, 그것은 '생각'으로 찾기 어렵다. 그것은 아주 면밀한 '관찰'로 찾을 수 있다. 나 자신에 대한 엄청난 집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