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실체
이 연습을 하기에 좋은 기회는 기분 나쁜 생각,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다. 즉, 정말 싫은 생각이 들 때다.
기분 좋은 생각, 즐거움이 일어나는 생각, 긍정적인 생각이 들 때 역시 기회지만 이 때는 그 기회를 잡는 게 '아주' 힘들다. 좋은 것들이기 때문에 내 것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기분 나쁜 생각은 싫은 것이기 때문에 내 것으로 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생각과 '나'를 분리할 연습 기회로 삼기도 비교적 쉽다.
이런 생각이 들면 우선, 아 나를 찾아왔구나 라고 속으로 읊조리며 손님 맞기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1단계다.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라며 마치 생각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그렇게 하려고 애쓰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생각이 '나' 안에 있는 게 아니고 또한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생각이라는 것은 그저 내가 보고 듣고 접촉한 정보들이 해마에 저장됐다가 그것 나름대로 서로 자극을 주고 받으면서 반응하면서 생기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뇌신경이 반응하는 것을 내가 인지하는 것이 곧 생각이다. 따라서 생각을 통제한다는 말은 곧 그 뇌 신경을 내가 통제한다는 말이 된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건 마치 소변이나 땀 분비를 내가 통제하려는 시도와 같은 일이 아닐까?
뇌 신경이 서로 반응하면 우리는 그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 뇌 신경 반응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인지한 그 내용대로 행동하느냐 아니냐,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삼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대개 이를 거꾸로 여겨 자기가 인지한 그 내용대로 행동하고 그것을 그대로 자기 것으로 삼으면서 오히려 뇌 신경 반응을 통제하려고 애쓰는 게 인간 모습이다. 할 수 있는 걸 내팽개치고 할 수 없는 걸 해야 한다며 자기 자신을 다그친다. 삶이 고통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기분 나쁜 생각과 '나'를 분리한다고 해서 당장 기분이 좋아지고 상황이 좋아지는 건 결코 아니다. 기분이 최악은 아니지만, 여전히 찜찜~하다. 손님처럼 찾아온 그 생각이, 그 뇌 신경 반응이 당장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은 머물만큼 머물다 가야 한다. 뇌 신경 반응은 서로 반응할 만큼 반응해야 잠잠해진다.
그 때까지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것 뿐이다. 그래야 손님은 자기가 성의 껏 제대로 대우 받았다 생각하고 비교적 빨리 떠나고, 뇌 신경도 반응도 서서히 약해진다. 그 때까지 그 생각에 휘둘리지만 않으면 정말 최고일 것이다. 그 생각대로 행동을 저지르지 않거나 그 생각이 곧 '나' 또는 내 현실이라며 괴로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는 힘이 커지면, 어느 순간 타인의 의견이나 발언 또는 어떤 표현을 그 사람 자체와 동일시하지 않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