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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고 못나고를 결정하는 건

'위치'가 아니라 각자 자기 한계에 도전하는 자세

by 홍주현

집사부일체 유준상 편을 보고 있다. 그가 뮤지컬 연습하는 현장에 찾아간 장면이었다. 멤버 가운데 가수가 둘이나 포진해 있는 덕인지 뮤지컬 한 토막을 연기하는데 제법이었다. 육성재는 당장 뮤지컬 데뷔해도 될 정도로 대본을 잘 소화했고, 이승기는 그럭저럭, 양세형은 특유의 자신감과 재치로 받은 대본을 재미있게 소화해서 표현했다. 문제는 엄친아 배우 이상윤이다. 이상윤은 원래 잘난 외모에 공부까지 잘하고 집안도 꽤 좋아 정말 완벽한 온실 속 엄친아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역시 그가 정글 가운데서도 갑 오브 갑 연예계에 입문할 수밖에 없었던 건 역시 그 잘난 외모 덕뿐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 편에서 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버하는 듯한 뮤지컬 연기와 노래, 율동은 그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장벽인 듯 보였다. 그 덕에 평소 자기에게 익숙하지 않은 분야라도 거리낌 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주 목적인 프로그램에서 그는 멤버 가운데 가장 도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주인공이 된 듯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특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소 뻔뻔하게 자기 안에 숨은 끼를 끌어내도록 요구하는 일들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부끄러워하고 힘들어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대부분 일에서 대부분 사람이 그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 부끄러움, 자기 장벽을 얼마나 철면피처럼 또는 부족한 자기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드러내는가로 성공을 위한 장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점을 느낀 적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밖에서 보기에 한국에서 정치 권력을 얻으면 그저 권력을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이상윤이 뮤지컬 대본을 받았을 때처럼, 의외로 힘들고 거친 일을 웃으면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를 내려놓고 평소 다르게 스스로에게 다소 뻔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들을 요구받는 것이다. 그런 자기 장벽을 극복해내야만 그 판에서 살아남고 위로 올라가는 것을 넘볼 수 있는 게 정치판이다. 물론, 그 장벽이란 각자에게 다 다를 테지만.


그래서, 가령 이상윤처럼, 곱게 자란 사람은 의정 활동을 적응하지 못하고 자의반 타의반 도태되는 경우가 있다. 그저 교수나 기업 최고관리자 또는 일명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 같은 일만 하는 게 훨씬 대우 받고 명예를 누리며, 그런 껄끄럽고 불편한 도전을 받지 않고 자기 수준과 비슷한 부류와 어울리면서 고상하게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치를 한다는 건 나름대로 각자에게 또 다른 도전의 연속이다.


그런 걸 보면, 높은 위치에 있던 그저 그런 위치에 있든 삶이란 정말 '알을 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이란 스스로 한계 지워 놓은 자기 깜냥, 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고 싫은 일들일 테다. 그런 것들을 만나면 누구나 피하고 싶고 내 삶은 왜 이리 힘들게 굴러가냐고 한탄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을 자기 깜냥과 한계선을 높여 '알'을 깨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도전하면 그 때 어떤 쾌감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며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 다음 단계에서 또 다시 그런 도전을 맞이할 테지만..


결국,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은 이상윤의 엄친아, 출중한 외모처럼 '타고난' 것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자기 한계, 자기 '알'을 얼마나 깨는지로 결정되는 게 아닐까. 결과적으로도 그런 사람에게 한계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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