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나 다른 누구 아닌 자기 자신을 극복할 때
나는 카리스마와 자신감에는 깊은 상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리스마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큰 태도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카리스마를 좌우하는 기본 요인은 내적 자신감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적 자신감이 빈약한 상태에서는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가 없다.
나는 평소 카리스마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내적 자신감이 충분할 때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확신이 흘러넘쳐 밖으로 드러나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내가 언제 내적 자신감이 충만했던가 생각해보면, 두 번 정도 그런 때가 있었던 것 같다. 꽤 오랜 기간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았을 때 그리고 꽤 오랜 기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운동을 했을 때다.
이십 대 내내 나는 다이어트에 시달렸다.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 속에 있었지만 그 젊은 날 왕성한 식욕을 조절하지 못해 실제로 살이 빠진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할 때 즈음, 어느 날 밥을 먹지 않기 시작한 적이 있다. 단식하기로 마음 먹은 건 아닌데 하루 이틀 먹지 않았더니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가 장장 이십여 일을 의도치 않게 단식했다. 그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는 생각을 했다는 건 그 때마다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의미다. 그 욕구를 뒤로 미루면서 당장 참으면서 보름 즈음 지나니 몸에 힘은 조금 빠지는 것 같아도 뭔가 대단한 자신감 같은 게 생기는 걸 느꼈다. 내가 이렇게 먹고 싶은 그 엄청난 욕구를 참은 사람인데, 세상에 못할 일이 뭐가 있겠어, 뭐 이런 생각이 저절로 났다. 자신감이 꽉 찼던 것이다.
다른 한 번은 직장 다닐 때였는데, 그 때 역시 다이어트 고민이었다. 이번엔 단식보다 운동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런닝머신을 집에 들이고, 어느 날 부터 출근하기 전에 운동하려고 새벽 같이 일어났다. 매일 새벽 4시 정도에 일어나서 10km씩 파워워킹을 했다. 다 하고 나서 달력에 하루하루 표시를 하면서 지낸 게 석 달이 넘었던 것 같다. 10km를 걷는 것도 힘들지만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새벽에 깼다가 아, 하기 싫어..오늘 그냥 하지 말까..라고 생각했던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 때 역시 하루만 하루만 하는 심정으로 지나다보니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을 대할 때 당당했다. 적어도 내 안에서는 그렇게 느꼈다.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면, 눈빛이나 태도가 남다른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게 비단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성격이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성격을 가진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들이 그런 카리스마를 내뿜을 수 있는 게 결코 저절로 이루어질리 없다. 내 경험에 빗대보면, 대개 하고 싶은 욕구를 참거나 하기 싫은 유혹을 이겨내면서 갖게 된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기만 하면 세상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다. 이처럼 세상 사는 게 아무리 힘들다 해도 실은 자기를 다루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그 '자기'란 자기 욕구를 의미하는 것이고.
물론, 자기 욕구를 다스리기 위해 억지로 애쓰는 건 오래가지 못한다. 이십 대 때는 그 욕구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지 못했지만, 그 때 그렇게 비교적 오랜 기간 식욕을 다스리고, 새벽 운동이라는 하기 싫은 마음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억지로 애쓴 덕이라기보다 그저 하루만, 하루만..이런 심정으로 마음을 달래서 가능했던 것일 테다.
다시 뭔가 시작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