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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5. 2019

공부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연습을 하다

  수년 전에 일했던 직장의 보스는 엘리트였다.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을 만큼 공부를 잘 했다. 명문 고등학교에 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유신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퇴학당했다. 대학 입학시험까지 다 본 상태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검정고시를 치렀다. 그 때 문과에서 이과로 바꿨다. 서울대에 합격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어느 대학에서 종신교수 지위까지 올랐다. 게임이론에서 출중한 연구 성과를 올려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회식 자리에서 그 분에게 공부 비결을 물은 적이 있었다. 글쎄…하다가 그 분이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야 할 일은 먼저 꼭 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비결인 것 같다. 예를 들었다. 집에서 숙제하고 있으면 대문 밖에서 친구들이 놀자고, 나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숙제를 다 할 때까지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숙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반드시 다 하면 나가 놀았다고 한다. 그가 공부를 잘했던 비결로 꼽은 요인은 자기절제력이었다.     


  이를 입증하는 심리학 실험도 있다. 일명, 마시멜로 실험이다. 네 살 배기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가 있는 접시와 두 개가 있는 접시를 보여준다. 지금 먹으면 한 개를 먹을 수 있다.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가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한다. 아이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바로 먹거나, 조금 참다가 먹거나, 끝까지 기다렸다. 아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마시멜로를 먹고 싶은 마음을 오래 참은 아이일수록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태도와 성과가 우수했고, 대학입학 시험(SAT)에서는 또래 보다 뛰어난 성취도를 보였다. 이후, 사회에서도 성공했다. 만족지연력, 즉 자기절제력이 공부와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부자의 핵심 자질인 저축과 공부는 둘 다 스스로 절제해야 잘 할 수 있다. 저축은 쓰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아껴서 돈을 모아두는 것이다. 쓸 수 있는데도 마음대로 하지 않고 가만히 은행에 놔두는 것은 좀처럼 하기 싫은 일이다. 게다가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결심을 끝까지 지키며 저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부는 놀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고 책을 보는 것이다. 놀 수 있는데도 마음대로 하지 않고 가만히 책상에 앉아 책을 보는 것은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공부 역시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서 결심을 끝까지 지키며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부를 잘 하려면 절제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동시에, 절제력은 공부하면서 키울 수 있기도 하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기 때문이며, 공부는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직장 보스였던 분의 경우처럼, 공부하는데 친구들이 놀자고 부르면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공부가 하기 싫어진다. 이때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자기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면 숙제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하지만 조급해질 것이다. 집중해서 숙제를 마치려면 조급한 마음을 계속 통제해야 한다. 숙제를 미루고 놀고 싶은 충동을 통제하는 자제력을 자연스레 연습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데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 것을, 집어 들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기만 해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에 가 있는 관심의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그렇게 있으면 그 욕구가 점차 사그라진다. 그때 비로소 자기 판단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잠시 기분 전환을 할 필요가 있으면 스마트폰을 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공부를 할 것이다.      

  자제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부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생기는 정서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공부를 할 때 많이 경험하는 지루함 싫증 어려움 체념 좌절감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심리적 노력을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반면, 성취감 기쁨 만족감 같은 긍정적 감정은 심화하고 확장하라고 조언한다. 정말 피곤한 건지, 아니면 그저 공부하기 싫어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지 욕구 원인을 분석할 줄 알면 저축할 때도 유용하다. 돈을 쓰고 싶을 때, 진짜 필요한 건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싶어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스스로를 제어하는 능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처음엔 자기 충동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설사 알았다 해도 관심의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 유지하기 어렵다. 또는 그 다음 행동을 통제하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아마 잘 안 돼서 의욕이 꺾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별로 없다. 투자도, 저축도, 공부도 꾸준함이 중요하듯이 이 연습도 자기원칙을 세우고 오랫동안 계속해서 시도할 때 조금씩 향상된다. 그런 면에서도 공부는 통제훈련을 하기에 적합하다. 공부, 숙제, 시험 준비 같은 학습은 꼭 해야 하는 일인데다가,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욕구는 없애야 하는 나쁜 대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배고플 때 뭘 먹고 싶다는 욕구는 꼭 필요하다. 다만, 배부르고 더 이상 먹지 말아야 할 때 먹고 싶다고 해서 먹는 행위를 자제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가 하기 싫은가? 잘 됐다. 공부하기 싫을수록 부자가 되는 연습을 하기에 공부가 유용하다. 하기 싫은 욕구에 무분별하게 굴복하지 않는 힘, 그 힘을 키우는 연습을 공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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