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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Feb 10. 2019

탁월함이 아니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태도

지원자가 경쟁이란 방식의 주체가 되는 방법

슈퍼인턴,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봤다. 아이돌 기획사 제이와이피에 입사하려는 인턴을 경쟁 방식으로 뽑으면서 그 과정을 보여준다. 내가 본 건 첫번째 팀별 프로젝트였다. 요즘 사회가 원하는 태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듯해 흥미로웠다.


소속 아이돌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박진영은 연예인은 곧 이미지라면서 이 이미지는 정보분석과 맵핑을 거쳐 새로운 컨텐츠와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공식을 미리 알려줬다. 평가는 이 네가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팀별 점수는 프로젝트 발표를 보면서 박진영과 담당 직원들이 미리 매겼다. 그러나 탈락자는 정하지 않고, 박진영이 팀별 점수를 알려주면서 준비 과정 등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면서 그 자리에서 결정하는 듯 보였다.  


탈락 후보를 다섯 명 호명했다. 이 가운데 탈락자는 세 명이다. 내가 본 탈락 이유는 다음과 같다. 두 명은 상대가 원하는 것, 질문하는 의도, 듣고 싶어하는 내용이 뭔지를 놓치고 자기 입장이나 생각만 말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명은 그런 압박 분위기,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눌려 줄곧 아이디어나 자기 생각 같은 자기 역량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했다.


반면, 탈락 위기에서 벗어난 셋 등은 상대가 묻는 요지를 파악해서 자기 의도나 결정에 대한 설명을, 비록 형편 없는 결과를 낸 부족한 것이었더라도, 사실 그대로 잘 말했다. 또, 자기 부족한 부분, 잘못 생각했던 부분을 제대로 인지하고 인정하면서 그것을 알게 됐단 사실 만으로도 성과로 여기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했지만, 경쟁에서 중요한 건 맞다/틀리다, 잘한다/못한다보다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회사 대중 면접자 상사 등)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자기 강점과 부족한 점, 즉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게 필요한 것이고.


물론, 경쟁의 최종 승자는 잘하고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겠지만 그건 잘나고 재능있는 사람들 얘기다. 반드시 탑 오브 탑이 돼야만 하겠단 욕심이 아니라, 그저 특정한 일을 하고 싶은 평범한 사람에겐 경쟁의 상위권만 차지해도 될 일이다. 그런 사람에겐 자기가 잘하냐 못하냐 같은 상대적 자질이 아니라 현재 자기 수준이 어느 정도든 자기를 끊임없이 발전시킬 가능성, 그 자질에 비중을 두는 게 나을 듯하단 생각이 들었다.


경쟁이란 방식을 이용해서 더 출중한 사람을 뽑는 것이 고용자 측의 이점이라면, 타인과 비교해서 자기 수준을 가늠하고 또한 자기 강점과 약점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고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지원자의 이점일 것이다.


경쟁이란 수단을 이렇게 사용한다면, 탈락하는 사람은 경쟁의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경쟁을 자기 발전의 수단으로 삼는 능동적 사용자가 된다. 만약 최종 승자일지라도 경쟁을 그저 합격 수단으로만 여긴다면, 그는 경쟁이란 제도의 수동적 피해자로 그칠 것이다.


이것이 경쟁을, 제도를, 삶을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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