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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5. 2019

부자는 수입이 아니라 저축으로 된다

  2005년 듀크는 2640억 원 복권에 당첨됐다. 그 후, 다니던 직장을 3년 넘게 더 다녔다. 그를 만나러 회사로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 그는 살던 집에 계속 살았고, 중고자동차도 바꾸지 않았다. 2007년 더숍은 36억 원 복권에 당첨됐다. 그 후, 하던 일을 계속했다. 월세를 내며 살던 집에 계속 살았고, 자동차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당첨금 수령 만기일 직전에 돈을 받았다. 2011년 카코타는 2420억 원 복권에 당첨됐다. 그는 지금까지 코스트코에서 일한다. 에이, 뭐야. 이런 일확천금을 쥐고도 평범하게 살다니, 재미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들은 우리 상식(인지 바람인지)과 달리, 복권에 당첨됐어도 패가망신하지 않았다. 반면, 이들과 정반대의 사람들도 있다.     


  2002년 잭 휘태커는 3000억 원을 손에 쥐었다. 역사상 최고의 복권에 당첨된 것이다. 그는 그 돈으로 자선사업도 했다. 하지만 흥청망청 돈을 썼다. 5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2006년 황씨에게 13억 원이 생겼다. 로또 당첨금이었다. 그 역시 4년 만에 탕진했다. 웹툰 작가 김 풍은 방송에서 매달 매출 십억 원씩 올린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년 전 미니홈피 열풍이 불 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이모티콘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그 돈을 다 어떻게 했냐고 묻자,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돈이 금세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고전하다가 웹툰으로 재기했다. 요즘 방송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작가 조승연은 20대 때 큰돈을 벌었다. 그가 쓴 책이 50만 부 이상 팔려 엄청난 인세를 받았다고 한다. 유학하고 있던 그는 매일 비싼 식당에서 밥 먹고 좋은 집에서 살면서 돈을 썼다. 졸업할 때는 다시 빈손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돈이 엄청 많았지만 부자였다,라고 하기에 석연치 않다. 복권으로 큰돈을 쥐었든, 자기 능력으로 벌었든 이들의 말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큰돈을 쥐고 난 후, 부자로 사느냐 못 사느냐는 한마디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 있다. 부자가 된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했다. 콩고물을 기대하는 지인들의 시선을 외면했고, 갑자기 스마트한 투자자인척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돈을, 쓰고 싶은 대로 쓰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거액이 생기면 차부터 바꿀 텐데 말이다. 집도 바꾸고… 아니, 직장부터 처리해야지. 토요일 한 밤중이면 뭐 어때, 임원이고 직원이고 다 나오라고 해. 사표를 얼마나 멋들어지게 집어던지는지 보여줄 테니. 그들도 이런 마음이 굴뚝같았었겠지, 사람이라면. 하지만 그들은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절제력을 보여줬다. 반면, 한 때 큰돈을 쥐었다가도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이들을 보면, 부자는 단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자는 돈을 다루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만약 일로써 큰돈을 번다면, 그것은 그 일과 관련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돈을 다루는 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돈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는 첫 단계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돈을 관리하는 것, 즉 지출 통제다. 지출 통제는 돈을 다루는 핵심 능력이다. 내 손 안에 들어온 돈도 관리하지 못하는데, 내 영역 밖의 돈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부자의 첫째 자질은 ‘쓰고 싶지만, 쓰지 않는’ 절제력이다. 그리고 저축하는 것이다.     

  앞서, 저축은 수입의 5%라도 좋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쓰기 전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의식 깊은 곳에 돈을 잘 다룬다는 자신감의 싹이 자란다고 한다. 반면, 사고 싶을 때 사버리고 쓰고 싶을 때 쓰면 절제하려는 힘이 약해진다.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려는 힘만 커진다. 그 힘은 단지 갖고 싶다는 감정적 욕망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갖아야만 하는 합리적 이유로 위장한다.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악행은 한 번만 저질러도 그 과보는 두 배가 돼 돌아온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한 악행이란 욕구가 시키는 대로 저지른 행위다. 욕구를 절제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려는 힘이 두 배로 커진다는 의미다.      

  “부자가 되려면 버는 것만큼 저축도 중요하다. 스페인은 인도를 정복하고도 부자 나라가 되지 못했다. 지출이 수입보다 컸기 때문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부자가 되는 길을 설명하면서 돈을 많이 벌라고 강조하지 않는다. 쓰고 싶은 대로 돈을 쓰지 말고, 저축하라는 충고를 가장 많이 한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워렌 버핏이 부를 일군 비결은 ‘저축하고 투자하라, 또 저축하고 투자하라’다. 존 템플턴은 19살 때부터 매달 버는 돈의 반을 저축했다. 당시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그는 수입이 너무 적어서 그 중 반을 빼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석유왕 록펠러도 자녀에게 용돈 사용처를 기록하도록 시키면서, 돈 버는 법보다 지출 관리를 먼저 가르쳤다. 


  부자가 되는 길에서는 사고 싶고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욕구를 다루는 힘이 없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소용없다. 나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은 수입이 아닌 저축”이다. 절제하고 저축하는 건 원래 힘든 일이다. 그게 싫어서 안 하겠다면 부자가 되려는 꿈을 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부는 희소한 것에 있다. 성공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도 기꺼이 하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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