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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5. 2019

부는 희소한 자질, 절제에 있다

  얼마 전부터 요가를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다. 호흡을 알아차리면서 몸을 움직이란다. 동작을 바꿀 때마다 발과 골반의 방향, 팔 위치도 확인하란다. 호흡에 신경 쓰면서 다음 동작, 그리고 몸 각 부위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마음 상태는 호흡으로 알 수 있다. 마음이 고요해질수록 호흡이 깊어진다. 내 호흡은 어째, 가쁘기만 하다. 더 힘든 건 긴장과 이완이다. 아랫배에만 힘을 주고 있어야 한단다. 배에만 힘을 주고 움직이는 것도 잘 안 되지만, 팔 다리가 짧고 몸이 뻣뻣한 나는 동작이 영 어색하다. 마치 나만 다른 동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나와 달리, 선생님 대신 시범을 보이는 수련생이 있다. 몸매도 홀쭉하고 팔 다리가 길다. 선생님 왈, 인도 사람 몸이라고 한다. 누워서 손바닥과 발바닥으로 방바닥을 밀어내면서 허리를 드는 동작도 능숙하다. 누워서 엄지발가락을 잡고도 발딱발딱 잘 일어난다. 배 힘이 있고 유연해야 가능하다. 나는 부럽지도 않다. 그 수련생은 20대다. 생기가 넘치고 예쁘다. 그런데 고민이 있다고 한다. 볼이 항상 약간 붉다는 것이다. 심한 아토피는 아니지만, 병원을 가도 잘 낫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요가를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리라. 다른 수련생이 무슨 차가 좋고, 뭘 먹으면 좀 좋아질 거라고 이것저것 조언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말한다.      


  “몸에 좋다는 거 먹는 건 하나도 어렵지 않은데, 몸에 안 좋다는 거 안 먹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볼에 홍조를 없애려면, 과자나 인스턴트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침은 상식이다. 그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과자를 먹지 않는 게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매번 실패한단다. 조언하던 수련생도, 그 심정 이해하는지 꿀 먹은 벙어리다. 아무리 집값이 비싸다 어쩌다 해도 과자 값 오른 것에 비할까, 과자 값 너무 비싸다고 울부짖으면서도 일이 주에 한 번씩 과자를 먹어야만 하는 나도 아무 말 못한다. 라떼효과(Latte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요즘 커피 값이 사오천 원하고 사람들이 하도 많이 마시니까, 매일 그 커피 한 잔씩만 줄여도 상당한 돈을 저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에게 적용하면 스낵효과일 듯싶다. 이처럼, 욕구를 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해로워도 그것이 즉각적으로 목숨을 위협하지 않는 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기’를 다르게 말하면 ‘하기 싫은 일을 하기’다.


  마크 주커버그는 말한다. “회사 조직 혹은 개인을 유력하게 만드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는 요소는 별게 아니라, ‘지겹고 짜증나는 수많은 일’을 돌파해 나아갈 수 있는 능력입니다. 회사 일 대부분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요. 힘든 일들을 그냥 순조롭게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초능력은 누구에게도 없어요.” 주커버그가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죽지 못해 하는 일이 아니다. 그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그래도 ‘지겹고 짜증나는 일’이 수없이 많다고 느낀다. 결국 그 하기 싫은 일들을 잘 해나가는 태도가 바로 능력이라고, 그는 경험으로 안 것이다.      

  추신수 같은 사람도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면, 매일 체력을 단련하고 훈련하는 게 언제나 즐겁기만 할까? 아무리 운동을 좋아해도 날마다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드는 게 좋을 리 없다. 똑같은 공을 수백 번 치는 연습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마음이 무거운 날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하기 싫은 마음을 통제하고 꾸준히 훈련한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 경쟁자 대부분은 그 마음에 굴복하는 동안 말이다.      

  봉준호 감독도 고백한다. “아직 저와 호흡이 맞는 작가를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어요. 그 과정이 정말 너무 고통스럽고 너무 싫어요, 진짜…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요. 머리를 벽에 찧고, 물리적으로 그렇게 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는 것,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가히 성공의 핵심이 아닐까?      


  대여섯 살이 되면 한번쯤 레고에 빠진다. 나도 좋아했다. 요즘엔 어른에게도 인기다. 레고는 그냥 장난감이 아니다. 최고의 투자 수단이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분석에 따르면, ′07년에 발매된 호텔 모형의 ‘카페 코너’라는 세트 가격은 ′15년 2230% 올랐다. 레고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데다가, 회사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발매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세트, 희귀한 세트는 가격이 계속 오른다. ‘희소성의 법칙’은 경제원칙의 핵심 명제다. 재화와 서비스 공급은 유한하다. 반면, 그것으로 욕구를 충족하려는 수요자는 무한에 가깝다. 따라서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을수록 값어치가 오른다. 부는 희소한 것에 있는 것이다. 


  주커버그가 말하듯, 원하는 일들을 이루기 위한 핵심 요건은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이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지만, 성공의 핵심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희소성의 법칙’에 따르면, 욕구를 절제한 소수에게 부가 따르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부자가 되고 싶다면 희소한 사람이 돼야 한다. 희소성이란 특별한 기술 같은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알짜는 자질이다. 희소한 자질을 지니고 있다면, 기술이나 지식을 출중하게 연마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희소한 자질이란 무엇인가? 욕구를 절제하는 습관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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