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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4. 2019

욕심을 자제하는 연습

  나는 공부를 잘 못했다. 성적은 중간 정도였고, 공부를 힘겨워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때는 우등상을 받은 적도 있다.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때는 중학교 2학년부터였다. 공부를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아 보이는 친구가 있었다. 겉보기와 달리, 성적이 좋았다.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 멋있어 보였다.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서 친구를 흉내 냈다.


  그전까지 내 공부 방법은 효율보다는 우직한 스타일이었다. 매일 책을 달달 외웠다. 즉, 시간에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무작정 공부 시간을 줄였다. 공부를 전혀 하지 않는 날도 생겼다. 그러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해야 할 학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였다. 급기야 시험 날짜와 범위가 나올 때는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게 한두 번 시험을 치르니 공부 의욕이 급격히 떨어졌다. 공부 방법의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친구의 겉모습만 보고 따라한 것이다. 허영 부리다 제대로 망가졌다.     


  “악행 한 번은 그 과보가 두 배로 커진다.”

  한 번 굴러 내려가기 시작한 허영의 눈덩이는 몸집을 점점 키웠다. 그 욕심과 허영을 어떻게 멈추는지 몰랐던 나는 속절없었다. 공부를 게을리 할수록 실제 나와 내가 원하는 내 모습 사이는 점점 벌어졌다. 공부 시간을 대부분 공상하며 보냈다. 상상 속의 나는 공부를 잘했다. 좋은 성적을 받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스토리를 만들었다. 허상 속에서는 기분이 좋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연습 없이 시합에 나가야 하는 선수처럼 마음이 허전하고 불편했다.


  그러자 요행을 바라기 시작했다. 답을 찍었다. 문제를 풀 줄 모르지만 혹시 운 좋아 맞기를 바랐다. 시험을 볼 때마다, 실력이 아닌 확률에 의지해 뜻밖의 행운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대하는 마음을 연습했다. 노력보다 더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 요행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열심히 공부한 친구가 좋은 성적을 받는 건 당연한 거다.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잘 찍어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는 친구가 주목을 받는다. 본인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나 같은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학창시절 내내, 시험 볼 때마다 연습했던 마음가짐은 습관이 된다. 나는 직장에 다니는 동안 직급과 보수를 불만스러워했다. 내 일과 보상을 스스로 따져보면 언제나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임원이 되고 싶으면 임원처럼 일하고 사장이 되고 싶으면 사장처럼 일해야 원하는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사람들은 조언한다.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막상, 마음에서는 수긍하지 않았다. 인턴이 과장처럼 일하는 건, 손해 보는 것 같았다. 부당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설렁설렁 일하는데도 더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친구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좋은 성적을 받는다고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직장에서 가장 흔히 허영과 욕심이 생기는 부분은 직급과 보수다. 내가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이 보상받고 싶다. 언제나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아닌 것 같아도, 깊이 살펴보면 불만의 원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여기에 있다. 나는 정말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생활은 공부와 달리 명확하게 노력과 성과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일 때문에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에너지를 쓸모없이 소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일에 더 몰두할 수 있었거나 적어도 힘든 마음으로 일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허영심과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인간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성공하고 싶다면 그런 마음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성공은 누구에게나 있는 허영심과 욕심의 자리를 실력으로 채워 실속을 차리는 사람이 차지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과 덕은 허영심과 욕심을 다스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부는 이 연습을 하기에 적합하다. 자기가 공부한 노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연습이다. 모르는 문제의 답을 찍을지언정, 좋은 점수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반성할지언정 안타까워하지 않고 자기 점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좋은 성적을 받는 것 보다 훨씬 중요하다.     


  마이클 조던은 말한다. “결과는 어차피 자기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다. 누구나 어떤 일에 실패를 겪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력만큼의 결과가 아닌 것은 가질 수 없다.” 자기 노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 않으면 마음이 비교적 가볍다. 마음이 가벼우면 집중력도 높아진다. 자기 일에 집중하니 결과도 좋다. 자기 영향력 밖의 것에 신경 쓰지 않으므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남이 보면 쉬워 보인다. 반면, 요행을 바라면 마음이 긴장한다. 마음이 긴장하면 집중력도 떨어진다.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다. 자기 영향력 밖에 있는 것들에 신경 쓰니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인도, 남이 봐도 힘들다.


  《행운이 항상 따르는 사람들의 7가지 비밀》은 행운의 비밀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첫 번째 항목은 쉽게 사는 것처럼 보여라′다. 쉽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방법은 노력 이상의 결과를 바라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시험 성적이 실망스러울 때 노력 이상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투덜거리나 낙담하거나 다른 변명거리를 찾으면서 남 탓을 한다. 또는 자기 비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만 바라는 마음은 자기가 공부를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자기 자신을 살피는데 시선을 둔다. 어떤 태도가 스스로에게 더 도움이 되겠는가?


  성적은 언제나 내가 공부한 만큼만 나온다는 마음가짐은 주의를 자기 자신에게로 돌린다. 자기 자신을 살피는 연습은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는 길이며 온갖 우리 시선을 빼앗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욕심을 다루는 연습은 절약 습관과 직결된다. 절약이 어려운 이유는 맛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지금 못 먹으면 나중에라도 먹겠다는 생각으로 챙겨두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음식이 상하면 결국 낭비한 꼴이고 억지로 먹으면 몸을 상하게 해 불필요한 지출을 하니 어리석을 뿐이다.


  부자는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많이 갖고 있어도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나 가난하다. 공부하는 사람은 자기 노력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으려는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도 부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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