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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현 Jan 04. 2019

인생 한 방, 작은 일에서부터

  버즈빌은 연매출 400억 원을 올리는 벤처기업이다. 모바일 잠금 화면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표 이관우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보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 아이디어를 재빨리 기록했다. 이후 사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사실, 이번 회사가 그의 첫 창업이 아니다. 아직 30대 초반의 청년이지만, 이미 네 번이나 창업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두 개는 네이버와 티몬이 인수했다.


  그는 자기 창업 비결로 ‘발명노트’를 꼽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썼다고 한다. 일기 쓰기 싫어서 그림을 그렸고, 어느 순간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노트가 됐다. 그는 일상의 작은 일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기록한 노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또, 순간적으로 스치는 볼품없는 아이디어를 그 노트 안에 넣어둔다. 순간 스치는 아이디어를 모아둔 노트가 그를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리학자 베라 존-스타이너는 120여 명의 노트를 연구했다. 작곡가 작가 화가 과학자 등이 대상이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통찰의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 한 순간이 이름을 널리 알릴만큼 뛰어난 성과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창의성은 낙서 같은 스케치와 끄적거린 글자 몇 개에서 출발했다. 그들은 어렴풋하게 메모했던 직감들을 휘갈기며 스케치하거나 문장으로 만들거나, 시제품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씨름하는 것들 가운데 한 두 개가 서서히 발전해 특별한 업적이 됐다. 결코 어느 날 갑자기, 단 한 만에 도약을 이룬 것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구글에서는 작은 아이디어를 붙잡아 활용할 수 있는 4단계 기법을 고안했겠는가.     


  인생은 한 방이야! 사람들은 외친다. 인생 한 방′을 기대하는 사람은 대개 그럴싸해 보이는 것만 찾는다. 허영심과 비슷하다. 둘 다 겉모습만 본다. 겉모습에 치중하면 ‘운’에 의존하게 된다. 부자가 된 것은 행운 덕분이고 뛰어난 지성은 머리가 좋아서이며 좋은 친구를 둔 사람은 인복이 많아서라고 여긴다. 그들이 노력을 기울인 자잘한 일들은 하기 싫다. 귀찮은 일들은 외면하고 막연히 ‘한 방’을 기다린다. 이런 마음을 품고 있으면 솔깃한 제안에 쉽게 넘어간다. 실력과 경험이 부족한데도 섣불리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거나 자기 깜냥이 못 미치는 일에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투자나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서도 생소하고도 기발한 방법에 현혹되고 뭔가 겸연쩍은 구석이 있어도 모른척한다. 남의 말이나 경력, 신분 같이 투자와 상관없는 부분을 믿을 정도로 어리석어진다. 스스로 알아보는 노력도 하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게을러진다. 그러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당연히 운이 따라야 한다. 실력뿐만 아니라 운, 지능 또는 다른 무수한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운이나 다른 여러 요소들은 결코 그럴싸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베라 존-스타이너 교수 역시 인생은 한 방′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을 증명하려고 연구를 시작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인생 한 방′같은 것은 없었다. 한 방′처럼 보이는 것들은 전부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서 시작했다. 폭발력을 가질 때까지 서서히 커졌다.     


  그렇다면, 인생 한 방′이라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왜 나온 말일까? 얘기의 주요 전달자, 즉 미디어다. 미디어는 속성상 우리가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제공한다. 따라서 단지 우리가 듣고 싶은 부분만 골라 들려준 게 벼락성공담이다. 또, 복잡한 과정 없는 얘기는 설명하기에 쉽고 간단하다.     

  “1999년 벤처를 창업한 두 청년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검색엔진을 개발해 막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당시 난 새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인세수입으로 1만 불(약 천만 원)을 예상할 수 있었다. 난 벤처 같은 작은 일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게 사업 참여를 제안한 사람들은 바로 ‘야후’의 창업자 데이비드 파일로와 제리 양이었다.”     

  유능한 마케터 세스 고딘의 고백이다. 지금 그는 《보라빛 소가 온다》등 베스트셀러 여러 권으로 유명인사다. 하지만 사업 참여 제안을 받았을 당시에는 아니었다. 그가 만약 파일로와 제리 양과 함께 했다면 그야말로 인생 한 방′의 표본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저런 고백을 하는 걸 보니, 그도 땅을 치고 후회했나 보다. 작은 것을 우습게보던 자기 안목의 부족함을 깊이 반성했을 것이다. 그 결과물로 《이제는 작은 것이 큰 것이다》라는 저서를 냈다.      


  한 방′은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그럴싸한 것만 쫓는 허영심부터 걷어내지 않으면 인생 한 방′은 결코 없다. 크게 될 만한 작은 것을 알아볼 줄 아는 안목이 한 방′을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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