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해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터뷰 3/3
[집단주의인 우리 사회, 집단주의이기에 문제가 된 걸까요? 아니면 집단주의의 단점만 부각되어 문제인 걸까요?]
집단주의는 전근대의 신분 사회에 맞는 가치입니다. 전근대의 신분이란 개인이 아니라 가족·가문을 통해 세습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히 가족·가문이라는 집단이 사회 질서의 근간이자 기본 단위가 됐습니다.
반면, 근대는 신분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족·가문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작을 수밖에 없고, 가족·가문 같은 집단보다는 ‘개인’이 사회 질서의 근간이자 기본이 됩니다. 집단주의는 현대 사회 구조와 맞지 않는 가치인 것입니다.
사회 구조 뿐만 아니라 경제와 기술 발전에 따른 실생활 측면도 개인화를 촉진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는데, 갈수록 소비자가 제공받는 서비스와 상품은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집니다.
선택 장애에 시달릴 정도로 수많은 상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일 앞에서 사람들은 자기 선호를 발견하기 위해 점점 내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뭘 원하는지, 뭐가 필요한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다른 자기 고유의 특징을 발견하면서 ‘나’가 존중받기 바라게 됩니다. 개인주의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가족, 핵가족, 요즘엔 1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는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나요?]
가족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합니다. 요즘 변화를 가족의 해체라면서 위기처럼 느끼지만, 사실 가족의 형태 변화는 가족이 해체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가령,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나》만 봐도 학교의 작은 행사부터 해서 소풍까지 뭐만 있으면 삼촌 숙모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다 몰려오는 바람에 속으로 창피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실은 저희 아버지 가족도 그런 편이에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식까지 큰어머니들, 사촌들이 다 출동했죠. 이런 현상은 우리 인식에서 가족의 범위가 그만큼 넓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들 사촌 숙모 고모 이모 전부 ‘가족’이라고 여겼던 거죠.
하지만, 지금은 이들을 친척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 가족이라고 여기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가족은 아빠 엄마 형제이죠. 핵가족이 되면서 가족의 범위는 점점 좁아졌는데, 과거 사람들 시각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도 가족의 해체입니다.
이런 가족의 변화는 점점 ‘개인’을 지향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구조와 경제 사회 발전, 그리고 사람들 의식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와 역할은 변하 것이기 때문입니다.
feat. 환장할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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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편: 개인주의 관점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인터뷰 2편: 남탓을 그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