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의 주인은 '우리', 공동체의 주인은 '개인'
환장할 '우리' 가족, 인터뷰 2편
[‘우리’가 아닌 ‘너’와 ‘나’로 살아간다면 일어날 좋은 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안에서 ‘나’ 라는 개인이 지워지는 것, 이것은 묻어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내가 아닌 우리로 살아가는 것에 이런 회피성 심리도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아닌 ‘너’와 ‘나’로 존재할 때, ‘나’라는 개인이 존중받는 것뿐만 아니라 집단에 숨지 않고 나의 문제를 직면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 변화에서 사회적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것과 더불어 개인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고쳐야 할 태도 가운데 하나로 흔히 지적하는 게 남 탓하는 태도인데요, ‘우리’인 상태에서는 고치기 힘든 게 바로 이 ‘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남’을 ‘나’아닌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나’에 상응하는 존재라고 여기는데, 사실 ‘남’은 ‘우리’와 짝을 이루는 상대방입니다. ‘우리가 남이가?’가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우리끼리’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는 우리 아닌 것을 제외하고 소외시키려는 배타성이 있습니다. ‘우리’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정감 어리고 좋은 단어지만, 그 무리에 들지 않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끼어들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인 것이 됩니다.
또, ‘우리’라고 할 때는 그 주체를 명확하게 인식하기 어렵습니다. ‘너’와 ‘나’가 희미해지고 ‘우리’만 남습니다. 자연히 ‘남’도 막연하고 애매한 대상이 됩니다. 남 탓이 가능한 게 바로 그런 식으로 교묘하게 명확한 주체가 사라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애매한 만큼 ‘남’ 역시 나와 상관없는 막연한 존재지만, ‘너’는 ‘나’를 전제로 하는 존재입니다. 대상이 명확하죠. 책임에 대한 인식도 명확해집니다. 내가 할 일과 네가 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너’와 ‘나’는 서로 상응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책임에서도 연대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때 책임의 중심은 각자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에 남 탓하고는 다른 차원입니다.
책(환장할 '우리' 가족)에서도 강주은 얘길 했는데, 얼마 전 라디오스타에 강주은이 나와서 또 인상적인 얘기를 했습니다. 남편 최민수를 두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은, 좋지 않은 재료라고 하면서, 어쨌든 자기에게 이 좋지 않은 재료가 왔고 그런 상황에 책임을 져야 했다는 식으로요. 그 과정에서 자기 그릇도 커지고 성숙해지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성장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그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일차적으로 당신은 왜 그거 밖에 안 되냐면서 남편 탓하지 않고 자기 책임을 다하려고 한데 있을 것입니다.
제가 가족의 투병 그리고 그로 인한 고충을 ‘우리’(가족) 일이 아니라 온전히 ‘나’의 일로 여기자 그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단 의미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단 내가 느끼는 감정, 어려움, 힘듦을 온전히 ‘나’의 것이라고 여기면서 ‘우리’에서 ‘나’의 경계를 긋기 시작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에 한해서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고, 자연히 그 밖의 일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내 잘못으로 인한 일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내 인생에 등장한 일을 다루는데 있어서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집단과 공동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집단과 공동체의 차이점은 ‘개인’이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연대는 집단과 함께 존재할 수 없는 개념입니다. 집단은 그저 ‘우리’라는 한 덩어리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한 덩어리 상태에서 어떻게 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연대는 오직 ‘너’와 ‘나’로 분리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런 ‘개인’이 연대한 상태가 바로 공동체입니다.
‘개인’을 말하면 흔히 떠올리는 또 다른 부정적인 인식이 고립입니다. 하지만, ‘개인’은 반드시 다른 어떤 상대적인 존재를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사생활처럼 개인화는 자기 내면을 찾기 위해 혼자 있음에서 출발하지만, 그 완성은 반드시 ‘너’라는 어떤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이루어집니다. 혼자 있음에서 발견한 자기 자신은 표현되고 드러내야 확인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편은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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