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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 대상과 '나'가 분리될 때 진짜다

관찰과 사랑

by 홍주현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자기 자신에게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내가 생각하는 것, 보는 것, 관심 갖는 것 가운데 나 자신에 대한 것은 십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나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어느 누군가가 있지도 않다. 자기가 그렇듯이 하루 종일 생각하고 보고 관심 두는 것이 너무 많은 나머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대상은 거의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각할 게 신경 쓰는 게 너무 많다.


몇 해 전, 세상과 연결을 모두 끊고 열흘 동안 나 자신에게만 주의를 두는데 집중하는 일을 시도한 적이 있다. 잘 안 된다. 저절로 내 관심을 끄는 모든 것을 차단하고 나에게만 집중해도 이미 머릿속에 내 주의와 관심을 끄는 오만 가지가 들어있다. 그래도 아무래도 속세에 있을 때보다는 내게 집중할 수 있다. 수 일이 지나자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전까지 나는 막연하게 뭔가 허공에 발을 딛고 사는 느낌이 들었다. 즉, 현실이 아니라 생각 속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하루 종일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 그제야 현실, 실제를 자각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명상이다. 명상의 기본은 자기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고, 나는 호흡에서 나아가 내 몸에 온종일 주의를 두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유발 하라리도 애용하는 방식으로 인터뷰에서 소개했다.




그걸 계속 하다 보면, 문득 내가 타인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보듯이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것은 '나'가 이 몸뚱아리와 분리되는 찰나였다. 물론, '찰나'다! 일상 생활하면, 다시 '나'는 이 몸뚱아리와 하나가 된다. 내 주의와 집중이 다시 다른 대상을 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이 온종일 거울과 함께 붙어 있어서 거울에 반사된 자기 모습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면, 오히려 그 몸뚱아리를 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지 않을 테다.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반나절만 계속 보고 있어도 거울 속 자기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아무튼, 그것과 하나가 되려는 시도처럼 보일 만큼 무언가에 주의와 집중을 온전히 다 하면, 오히려 그것과 분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은 쉽사리 다른 어떤 것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너무나 아끼는 것들, 가령 남자는 자동차를, 여자는 가령, 명품백 같은 것을 또는 자녀 같은 사람을 자기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그 가방이나 자동차가 별로라고 평가 받으면 마치 나 자신이 모욕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것을 아낀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이다. 그것을 진짜 아끼면, 그래서 그것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두면 오히려 그것과 '나'는 분리된다.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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