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공공성과 사생활의 의미로 본 희생과 양보 그리고 가정폭력
지난 4월 24일 <환장할 '우리' 가족>을 문예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집필동기를 중심으로 한 간단한 소개는 아래 링크로 첨부합니다. (추후에 정식 소개 및 생각나는 글을 계속 올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 작은 인터뷰를 했는데,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질문들이었습니다. 질문이 일곱개 밖에 안 되지만, 몇 번에 나눠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순서는 인터뷰 질문 순서를 따르지 않고 제 마음대로 입니다.
먼저, 의도가 왜곡될까 가장 우려하는 꼭지가 있는데, 공적 영역으로서의 가정에 관한 부분입니다.(책 3장 두 번째 가정폭력과 사생활,입니다.) 흔히 가족의 영역을 사생활 영역이라면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공간으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가정폭력 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어째서 사회(반드시 국가 공권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지를 책에 설명했는데, 제 의도는 그런 문제에 국한하려는 게 아니라 "가족의 공공성"을 말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개념적이어서 그나마 조금 제 의도가 더 드러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의도가 왜곡될까 우려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실, '사회의 개입'을 곧 '공권력의 개입'으로 인식하는 데 있기는 합니다.)
[가정을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적인 영역으로 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가정문제에 공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데요. 가정의 울타리는 굉장히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가족이란 그들만의 사적인 집단이며 피로 연결된 끈끈한, 존중해야할 집단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렇기에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가정의 문제에서 얽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을 마지막 보루라 여기고 구성원이 희생해서라도 지켜야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나’라는 개인으로 가정을 이룬다면 ‘당연한 희생’을 치르지 않고, 가정의 문제에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을까요?]
가정을 사적인 영역이라고만 여긴다면, 가족 안에 ‘개인’이 존재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생활은 개인의 것이고, 가족이 사적 영역인 건 개인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곳이기 때문이지 가족 자체가 가진 성격은 아닙니다. 가족이든 사회든 그것이 공동체라면, 그 공동체의 형성 주체는 ‘개인’입니다. 가족은 사회 이전에 개인이 만드는 첫 번째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가족이든 사회든, 개인이 모여 만든 공동체에는 분명 구성원 사이 두루 관계되는 공공성이 존재합니다. 그 공공성에 더해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이 가족입니다. 따라서 가족이 정말 ‘개인’의 공동체라면 그 공공성은 사회의 공공성과 대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공공성은 구성원이 모두 만족하는 지점을 찾아 합의하는 과정으로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양보, 또 폭력이나 억압이 있다면 그런 공공성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습니다(가정폭력에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공적 영역으로서의 가정이란 그러한 가족의 공공성을 의미합니다.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왜 존중해야 하는 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생활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은밀한 생활이 아니라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삶에서 무엇을 지향하는지 등 고유의 내면을 발견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하는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런 작업은 곧 자기 의지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인 ‘개인’이 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개인주의 관점에서는 이런 면에서 사생활을 공유하는 가족의 영역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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