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조가 가장 인상적!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 잭슨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킵니다. 이곳에서 연준(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약자)이 중요한 통화정책을 발표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관계자의 발표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연준 의장, 파월의 발표가 될 것입니다. 오늘은 파월 의장의 발표문에 제시된 핵심적인 <그림> 위주로 그의 생각을 전달해보겠습니다.
경기회복은 안정적인가?
먼저 아래의 첫 번째 <그림>은 미국 개인소비지출 동향을 보여주는데,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서비스 지출이 급격히 감소한 후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내구재 소비는 역사상 최고액을 돌파했음을 보여줍니다.
여러 차례 반복된 사회적 거리두기(lockdown) 영향으로 서비스지출은 부진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재정정책 영향으로 각 가정에 어마어마한 돈이 뿌려진 결과 자동차나 텔레비젼 그리고 컴퓨터 같은 내구재 소비가 폭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 지출이 8조 달러에 이르는 반면 내구재는 2조 달러 안팎에 불과하기에 "내구재 소비 붐만으로 미국경제가 회복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파월 의장의 견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내구재 소비는 급증했지만, 서비스 소비는 아직 취약하다(단위: 2012년 기준 불별, 조 달러)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인가?
내구재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으로 중고차를 중심으로 한 내구재 물가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2>의 검정선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무려 7%나 상승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내구재 물가 상승률은 지난 25년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을 밑돌았다"고 지적합니다. 즉 현재의 내구재 물가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속내인 것 같습니다.
내구재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첫 번째 요인은 정보통신 혁명 때문입니다. 스마트 폰을 예로 들어보면, 10년 전에 나왔던 제품에 비해 품질은 수 배 혹은 수 십배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비슷하게 팔리고 있죠. 이는 '동일품질' 대비 가격이 급락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그리고 2차 전지 등 거의 전 부문에 걸쳐 혁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구재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공업국의 미국 소비시장 점유율 확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값싼 인건비, 그리고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을 무기로 동아시아 산 가전제품 및 자동차가 물밀듯 쏟아져 들어왔죠.
이상과 같은 내구재 물가의 하락 요인이 앞으로 일거에 사라질 일은 없으니, 내구재 소비 붐(그리고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견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미중 무역분쟁 이후 중국산 제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내구재 가격이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봅니다.
<그림 2> 내구재 물가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25년 동안 서비스 물가에 미치지 못했다(단위: %)
임금 인상이 인플레를 주도하는가?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내구재 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더라도, 임금이 상승하면 인플레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전반적인 임금 상승률도 억제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래의 <그림 3>에서 검정선은 아틀란타 연은에서 발표하는 'Wage Growth Tracker"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상승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를 기록했음을 감안할 때, 실질임금은 크게 하락하는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임금 이외에 건강보험료 지원 등 각종 부가급여를 포함한 고용비용지수(ECI)도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전후 상승에 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상승이 인플레를 주도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3> 전반적인 임금 상승률도 억제되어 있다(단위: %)
향후 통화정책은?
파월 의장의 발표문 내용을 <그림> 중심으로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경제성장률이 잘 나오고 있지만 서비스 소비는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다
둘째, 내구재 물가가 급등했지만 정보통신 혁명 및 세계화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이다.
셋째, 임금상승이 주도하는 인플레의 가능성은 아직 낮은 만큼 지금 당장 통화긴축에 나설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