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이탈리아 시장 이야기
주가가 폭락하다 보니 "앞으로 영영 주식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됩니다. 아마 일본이나 이탈리아 시장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이탈리아와 일본 증시의 1995년 이후 성과를 보여주는데, 지난 27년 동안 이 시장에 투자한 이들은 마이너스의 성과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식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어떻게 하다 주식시장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업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이탈리아의 주당 순이익(EPS)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입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지 않는데, 주가가 오르기는 어렵죠. 물론 주가수익배율(PER)이 높아지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기업이익이 줄어드는 나라의 PER이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 봅니다.
반면 다른 편에 위치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어떤 나라들은 혁신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고 이게 다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기록합니다. <그림>의 가로 축은 주요 선진국의 지난 10년간의 총요소생산성 향상율을 보여주며, 세로 축은 2005년 이후 연 평균 주가 상승률입니다. 총요소생산성이란, 기계장비 혹은 인력투입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생산성의 향상을 뜻합니다. 즉 기술혁신이나 협업의 기술, 그리고 공정 설계 부문의 개선이 일으키는 생산 효율의 개선이죠.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이 꾸준히 이뤄지는 나라는 '회복탄력성'이 강할 것입니다. 반면,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이 지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나라(이탈리아, <그림>의 좌하단 국가)의 기업들은 불황에서 다시 일어서기 힘들겠죠.
마지막으로 한국 KOSPI200 기업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여드릴까 합니다. 2022년 이익은 전망치이니, 신뢰하기 어렵습니다만.. 2001년 26조원의 영업이익이 2021년 200조원으로 불어난 것은 결국 우리 기업들이 지닌 강력한 경쟁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식으로 이익이 장기간 우상향 하는 나라는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