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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ul 29. 2022

변절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

화폐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큰가? 

저는 가상자산 시장 참여자들과 토론을 되도록 회피합니다. 왜냐하면 일부 참여자들이 가상자산에 대해 조금만 이야기만 하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다" 혹은 "경제학자 맞냐, 박사 학위 표절로 딴 거 아니냐" 같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죠. 특히 놀라운 것은 사람 마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점이 제각각이고, 또 설명이 다른 방향에서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이걸 보면 정말 새로운 종교의 출현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그러던 가운데 읽은 책 "변절빌런의 암호화폐 경제학"은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역사적인 화폐의 발전과정, 그리고 암호화폐의 특성을 잘 정리해주기 때문이죠.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알트코인의 차이와 공통점을 잘 설명해준다는 면에서 최고의 암호화폐 교과서라 생각됩니다. 책의 핵심 부분 위주로 인용해보겠습니다. 


***


신용화폐(FIat Money)와 암호화폐(Crypto Currency)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재웅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30~31쪽). 


정부와 중앙은행은 왜 가상자산을 화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할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 국가체제 내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단순히 사회적 합의만으로 성립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돈이 듭니다.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고, 도로나 철도를 만들어 운영하며, 국방을 위해 군대를 유재해야 하며,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각종 복지정책도 펼쳐야 합니다. (중략) 정부가 쓴느 돈은 납세자가 낸 세금이나 국유재산의 수입 등으로 구성됩니다. (중략) 한 국가에서 사용되는 화폐는 그 체네 내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모든 참여자가 지급결제에 사용하는 돈이자, 정부가 걷고 사용하는 세금과 예산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즉, 우리가 어떤 가게에 가서 현금을 내면 이로 어디서나 결제가 가능해야 합니다. 물론 현금 없는 매장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신 신용카드나 각종 페이로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하죠. 결국 신용화폐는 국가 권력으로 모든 참여자가 수용하게 강제되는 것임을 알 수있습니다. 


물론 성공적인 지역화폐, 그리고 상품권시장처럼 가상자산이 지급결제를 대체하고 또 사용자 간에 신뢰를 확보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174~176쪽).


비트코인의 거래 승인속도는 보통 TPS(초당 거래 속도)로 표시됩니다. (중략) 비트코인의 TPS는 얼마나 될까요? (중략) 비트코인의 TPS는 7정도가 됩니다. 얼핏 보면 1초에 7건의 거래를 체결할 수 있어 상당히 빠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엄청나게 느린 속도입니다. (중략) 비자 카드의 TPS는 대략 2만 4천 전후입니다. (중략) 사용자가 증가한다면 이렇게 낮은 TPS는 큰 문제로 이어집니다. (중략)

느린 TPS에 더해 비트코인을 이용한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심각한 변동성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원화 혹은 달러를 사용해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경우, 구입을 결정하고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그 가격이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중략) 비트코인은 다릅니다. 가격 차트만 봐도 알 수 있듯, 비트코인의 가격변동성은 매우 큽니다. (중략) TPS가 낮은데 높은 가격 변동성이 결합하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지난 5년간의 비트코인 가격 변화

https://tradingeconomics.com/btcusd:cur


물론 이와 같은 변동성은 '시장 초기에 나타나는 특수성'이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시장을 안정시키고 또 버블의 형성을 억제하는 정책 결정자가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책 201쪽).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에는 시장으로부터 신뢰 받는 정책 결정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네트워크 참여자로 구성된 합의 알고리즘과 코드만 존재할 뿐이죠. (중략) 암호화폐에서는 미국 연준처럼 일관된 통화정책을 시행할 주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중략)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참여하는 노드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집행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ZOdF_wkYdknP5LZDTtXJnVvInFirVQ==


***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출현해 연준 같은 기능을 하는 세력이나 기구 혹은 시스템이 나올 수도 있죠. 또 예상과 달리 가격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TPS가 빨라질지도 모릅니다. 다만..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만 본다면, 아직은 대체자산(Alternative Asset)의 지위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암호자산은 고흐의 그림이나 백남준의 설치미술처럼, 희소성이 부각되는 대체 자산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기 때문이죠.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암호화폐 그리고 법정통화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또 투자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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