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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20. 2021

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대졸 여성의 임금격차 원인을 파헤치다!


꽤 오래 전부터 '성별 소득격차'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흥미로운 책 "벌거벗은 통계학"에서 잘 다뤄졌던 것처럼.. 시카고 부스 MBA 졸업자들의 소득변화에 대한 종단 연구 등을 통해, 졸업 직후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남녀 임금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죠(책 395~396쪽). 


시카고 대학에서 MBA를 받은 남녀 2,500명 표본을 대상으로 임금변화의 궤적을 조사한 결과, 졸업 후 초봉은 남성 13만 달러 여성은 11.5만 달러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0년 후에는 남녀간 임금격차가 크게 벌어져, 여성은 24.3만 달러 남성은 44.2만 달러를 받아 여성 졸업자가 동기 남성에 비해 평균적으로 45%나 낮은 임금을 받았다. (중략). 

시카고 대학 비즈니스스쿨의 매리엔 베르트랑, 하버드 대학의 클라우디아 골딘, 로렌스 카츠에 따르면, 남녀 임금격차의 대부분은 '남녀차별'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성별에 따른 소득격차 문제는 설명변수가 추가되면서 사라졌다. (중략) 한 예로 남성은 여성보다 MBA시절 '금융' 수업을 더 많이 들었고 더 좋은 학점으로 졸업했다. 이 점을 통제 변수(=설명변수)로 회귀식에 포함시키자, 남녀 간 임금격차 중 설명되지 않은채 남아 있는 부분(=남녀차별에 따른 임금 격차)이 19%로 줄어들었다. 

또 MBA 졸업 후 휴직 기간을 제외한 직장 경력을 회귀식에 추가했을 때 남녀 간 소득 격차 중 설명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부분은 다시 9%로 줄어들었다. 또한 직종, 업무시간 등 업무 성격이 설명변수로 추가되자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 중 설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부분은 4% 이하로 떨어졌다.


위의 인용문구에서 보듯, 핵심적인 임금격차 확대의 원인은 '전공'과 '노동시간'이었습니다. 직장생활 초기부터 장시간의 근로를 통해 자신의 '충성심(?)'을 인정 받는데 성공한 남성들은 (일부가 탈락하기는 했지만) 승승장구하고 또 소득도 계속 높아집니다. 반대로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일부 여성 졸업자들은 장시간 일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노동시간격차와 경력단절 등의 요인을 감안할 때, 적어도 최상위 MBA레벨에서는 남녀 임금격차가 대부분 설명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질문이 제기됩니다. 왜 MBA까지 진학한 그 능력 있는 여성들이 취직 후에는 경력단절 및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시간을 선택함으로써 뒤쳐지는 것일까요?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의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을 통해 찾은 느낌입니다.


아래의 <그림>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루카스(남성)와 이사벨(여성) 부부에 닥친 선택을 잘 보여줍니다. 가로 축은 주당 노동시간이며, 세로축은 주당 소득인데 회사(인포서비스)가 제시하는 직업의 종류가 두 가지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일자리(실선)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로,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항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시간도 매우 깁니다. 대신, 임금이 특정 시간(H*, 주당 40~45시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급격히 높아집니다. 지수커브처럼 상승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일자리(점선)은 '유연한 일자리'입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다음날 출근해서 처리할 수 있고, 또 오전에 근무하지 않았다면 오후에 이를 메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종류의 일자리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보상이 크지 않습니다. 


예상한 것처럼, 첫 번째의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루카스가 그리고 두 번째 유연한 일자리는 이사벨이 가집니다. 왜냐구요? 아동 돌봄 문제 때문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에 갈때, 루카스는 맘이 불편할 것입니다. 언제 회사에서 자신을 부를지 모르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아이가 아침에 학교 등교할 때, 루카스는 전날부터 밤샘근무를 하고 있을 수도있습니다.


따라서 부부간에 '협업'이 발생합니다. 루카스는 열심히 일해서 돈 버는 데 집중하고, 이사벨은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해 아이 돌봄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엘리트들이 집중되는 회사(그리고 사업)에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선택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경력이 쌓이면서 점점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데 있습니다. 반면 안정적 일자리가 제공하는 보상은 점진적이거나 정체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5개의 세대로 나눠, 여성의 대응을 살펴봅니다. 막 사회에 진출했던 1세대, 전쟁 중의 노동력 감소 시기를 활용했던 2세대, 전후 베이비 붐을 몸으로 겪은 3세대, 64년부터 본격화된 경구용 피임약 보급 혜택을 누리며 '출산파업'에 나섰던 4세대, 그리고 30대 중반 이후의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는 임신커브를 인지하고 타협에 나선 5세대의 이야기가 펼쳐지죠. 다음 시간에는 각 세대별 대응(?) 혹은 차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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