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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Oct 21. 2021

"커리어 그리고 가정" 두 번째 서평

각 세대별 미국 대졸 여성의 선택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커리어_그리고_가정 두 번째 감상글입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5세대에 걸친 대졸 여성의 미혼비중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각 세대 구분을 해보면.. 1900년 이전에 태어난 1세대  여성, 1900년대 초반에 태어난 2세대 여성, 전간기에 태어난 3세대 여성, 전후에 태어난 4세대 여성, 그리고 피임약 보급 이후 태어난 5세대 여성들로 구성됩니다. 물론 1980년대 이후 태어난 MZ세대 여성도 다뤄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 그들의 커리어가 진행 중이니 다루지 않습니다. 


<그림>에서 가장 진하게 표시된 25~29세의 미혼율(가장 윗 부분) 변화를 살펴보면, 1920년대를 전후해 급격한 하락을 나타냈다가 1940년대부터 다시 상승합니다. 즉 1세대 여성(그리고 2세대 초반 여성)들은 결혼을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대졸자가 극히 희귀하던 시기에 대학을 나와, 바로 결혼하기 보다 생애 내내 독신으로 살면서 커리어를 쌓은 분들이 많았던 셈입니다. 



***


제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말, 학교신문사에서 일하는 교직원 분이 30대 후반의 미혼여성이었습니다. 저희보다 거의 20살 많은 학교 선배님이었죠. 즉 60대 후반 학번이고, 40년대 후반 출생하신 분입니다. 이 선배님이랑 친해진 다음 여쭤보았죠. "선배님 왜 결혼 안하셨어요?"라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결혼하면 교직원 그만둬야 한다기에, 혼자 잘살면 되지 뭐하러 결혼하나 싶어서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답하시더군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1920~1930년대 미국 경제 상황이 한국 1980년대와 오버랩되는 것을 느낍니다. 대략 사회 변화의 속도가 50~60년 차이나는 셈입니다.


***


다시 미국 이야기로 돌아가서, 2세대 여성 이야기를 하자면.. 1900년 이후에 태어난 2세대 여성 가운데 대학 졸업생 비중은 10%에도 미지지 못했지만 약간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바로 1차 대전과 이후의 전후 붐 속에서 취업의 기회가 확대되자, 결혼 후 아이를 키운다음 취직하는 전략을 채택합니다. 물론 곧 이어 닥친 대공황으로 (남편이 직장을 잃은 가정이 많았기에) 여성들도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던 환경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윽고 3세대(#전간기 출생)는 2차 대전 중의 인력부족, 그리고 전후 붐 영향으로 20대 후반까지 일하기는 했습니다만 30대에는 대부분 결혼했습니다. 이들이 그 유명한 베이비 붐 세대의 어머니들이죠. 아래 <그림>을 보면 3세대 여성의 대학졸업 비율은 10%선을 돌파합니다.  그리고 느리지만 30대 초반 여성의 미혼비율이 상승하기 시작하죠. 즉, 전후 호황을 배경으로 결혼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여성이 늡니다. 


4세대(전후 #베이비부머) 대졸 여성들은 이 추세를 강화합니다. 20대  후반 미혼율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한편, 30대 미혼율도 올라갑니다. 특히 이 세대는 경구용 피임약의 혜택을 입었습니다. 임신의 공포에 떨며 연애할 위험이 낮아지고, 여러 사람을 사귄 후 결혼하려는 생각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곧 '#불임' 문제에 봉착합니다. 


마지막 5세대(#X세대)는 대졸자 비중이 25%를 돌파해, 남성을 앞서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그리고 선배들의 경험을 잘 활용해 20대까지는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30대에 접어들어서서는 출산과 양육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현상이 본격화된 것이 바로 5세대들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했던 '돌봄 문제'가 가장 대두된 세대이기도 하구요.



***


이상과 같은 미국 대졸여성의 선택 변화를 살펴보면서, 한국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의 어머님 세대는 미국의 3세대와 시기적으로 겹칩니다만, 생애사는 1세대와 비슷합니다. 평생 일하지 않은 분들이 많았고 대학 진학률도 극도로 낮았습니다. 


저는 X세대입니다만, 여자 대학동기 중 상당수가 미혼을 선택한 것을 보면서 미국 2세대 여성들이 오버랩됩니다. 즉 '일자리가 먼저, 그 다음이 가정'인 것이죠. 


이제 저희 자녀에 해당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미국의 3세대처럼 '인력부족'을 잘 활용해서 결혼 후에도 취직할 수 있다는 자신을 배경으로 다시 출산붐이 시작될지.. 아니면 경구용 피임약의 보급을 무기로 결혼을 늦춘 4세대 미국 대졸 여성처럼 행동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미국의 3세대와 4세대의 어디쯤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이렇게 서평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저의 경험담이 엮이다 보니 많이 길어졌네요. 다음 번에는 미국 4세대와 5세대 여성이 바꾼 직장/직업의 변화 등에 대해 말씀드리고 끝을 맺겠습니다. 암튼 #스티븐_핑커 교수님에 이어 #클라우디아_골딘 교수님의 책이라니! 저 같은 #책벌레 입장에서 행복한 가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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