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연공서열 시스템(관료적 통제)으로 효율임금제를 더욱 강화하다
지난 번에 올린 글("자본주의 이해하기2" -노동시장의 특수성)을 통해, 근로자의 노동시간에 임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고용게약이 일반화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노동계약은 몇 가지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근로자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것이 바로 효율임금(Efficient Wage) 지급입니다.
경제용어사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균형보다 높게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균형보다 높은 효율 임금을 지급하면 근로자의 열의를 높이고 이직을 줄일 뿐 아니라 자질이 높은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다. 효율 임금의 성공적 사례로는 포드 자동차 회사가 자주 인용된다. 헨리 포드(Henry Ford)는 1914년에 당시 일당의 두 배가 되는 5달러의 일당을 지급했는데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 오히려 생산비는 하락했다.
흥미롭게 읽은 책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에 포드 사에서 벌어진 일이 자세히 묘사됩니다.
질문: 실업을 발명해요? 포드가 만든 공장 생산라인이나, 모델 T가 아니구요?
답: 그런 것도 발명했죠. 좀 과장된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포드가 '새로운 형태의 실업'을 발명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야기를 해드리죠. 1914년 헨리 포드는 하루 작업시간을 9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이면서도 최저임금을 기존의 두 배 이상인 일당 5달러로 올리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디트로이트의 겨울을 뚫고 수천 명의 남자들이 일자리를 얻으려고 매일 포드 공장 주위에 모여들었습니다. 하루는 폭동까지 일어나 경찰이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소방호스를 사용했을 정도입니다. (중략) 모든 노동자들이 새로운 임금, 즉 5달러의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6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었으며, 그 기간 동안 깨끗하고 검소한 가정을 이끌 고 있다는 사실을 포드의 사회복지 부서에 입증하지 못하면 떠나야 했습니다. (중략)
질문: 포드가 필요한 노동자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나 보죠?
답: 전혀 아닙니다.(중략) 당시 디트로이트의 노동시장은 과열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침체되어 잇었습니다. 헨리 포드가 '일당 5달러'를 시행하기 이전 2년 동안 빈민구제를 받는 사람들의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결국 포드의 임금인상은 경쟁사 때문이 아니었고 경쟁사들 역시 포드와 경쟁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중략) 또 포드가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지닌 노동자만을 찾은 것도 아닌듯 합니다. (어셈블리 라인 채용 등) 내부 체계의 변화로 인해 숙련된 기능공이 차례 차례 떠나고 있었으니까요.(책 2002~204쪽)
그럼 무엇 때문에 포드는 그렇게 높은 임금을 제공했을까요?
질문: 어째서 불필요한 임금인상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거죠?
답: 그 받은 포드사의 이직률에 있습니다. 일당 5달러의 정책을 도입하기 전 해인 1913년,포드 공장에는 5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필요했지만 고용된 사람은 1만 3,500명에 불과했습니다. 수 만명의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통에 이를 대체해야 했던 겁니다.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913년 3월 한 달에만 전체 노동자의 반이 넘는 7만 명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으며, 그 사람들은 대부분 '5일 노동자'처럼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그만두었습니다. 여기서 '5일 노동자'란 5일 동안 회사를 다니다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둔 것으로 간주되었던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중략)
근원적인 문제는 포드사의 노동자들이 일에서 느끼는 불행감이 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간은 길고 작업은 지루했으며 임금은 형편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게으름을 피우거나 무단결근을 하고, 작업 현장에서 관리자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며 심지어 생산라인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까지 했습니다. (중략)
포드가 '높은 임금' 정책을 채택한 후 세 가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첫번째, 생활 수준이 나아진 노동자들이 안정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가족을 잘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략) 두 번째, 노동자들은 포드사에 감사함과 의무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 만드는 일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임했습니다. 세 번째, 포드의 일당 5달러 정책은 노동자들에게 갑자기 잃을 것이 많이 생겼음을 의미했습니다. (중략) 따라서 노동자들에게는 열심히 일하고 지시를 따라야 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중략) 예상했듯 노동자들의 이직률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성공은 노동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에서 나타났습니다. 포드는 노동자들에게 높은 임금을 지급했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207~209쪽)
효율임금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의 영향을 미칩니다. 하나는 이 회사를 그만둘 이유를 없게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회사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생산성의 향상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여러 자동차 회사를 보더라도.. 생산성 향상 없는 고임금을 누리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즉 노동조합이 강한 기업에서 흔이 나타나는 현상이죠. 이 영향으로 이 기업이 만드는 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또 저항감이 높아질 것입니다.
https://www.nge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08984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때 관료적 통제가 등장합니다. "자본주의 이해하기"의 423~424쪽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고임금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단위 노동비용(ULC, Unit Labor Cost)을 절감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생산성을 더 빠르게 향상시키면 가능하다. (중략) 바로 이것이 '당근' 전략이다. 임금을 많이 받는 노동자는 자신의 일에 그만큼 더 만족하게 되고 그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며, 때로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므로 더 많은 노동량을 지출한다.
그러나 관료적 통제에서도 '채찍'은 여전히 중요하다. 피고용자들이 기업에서 좀 더 나은 일을 맡으려면 근무 연수가 길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근무 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점점 더 이 기업에 '투자'하는 게 많아진다. 즉 발이 묶이는 것이다. 더욱이 근무 연수가 늘어 높은 임금을 받게 되면 만에 하나 해고되었을 때 직업 상실 비용이 막대해진다. 따라서 어떤 노동자가 한 기업에서 일할수록 채찍의 힘은 점점 강력해진다. (중략)
기업은 관료적 통제 시스템을 조직하기 위해 승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련의 직책들이 사다리 형태로 아래에서 위까지 서열화된다. 신입사원이 고용되면 서열의 가장 아래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가는 그의 업무 수행 능력에 달려 있다.
아래 <표>는 근속연수별 임금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한국과 일본이 유독 연공서열이 심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년 미만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100이라면, 한국에서는 30년차는 328.8을 수령합니다. 반면 유럽연합은 169.9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연공서열과 효율임금을 통해, 근로자들의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 나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과거 기업들의 고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했기에, 연공서열 시스템을 통해 "나중에 임금 올려줄 것"이라고 약속함으로써 뛰어난 인력을 채용하려 했던 것일 수도 있겠죠. 또 벼농사 국가 특유의 '연장자 우대' 분위기도 이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만성적인 실업의 존재 뒤에는 효율임금 지급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노동연구원(2015), "임금 및 생산성 국제비교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