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수임금, 완벽한 고용계약서 작성의 어려움을 어떻게 풀었나?
지난 번에 쓴 글(실업률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 경제활동참가율)을 통해, 노동시장이 매우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도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가진 이들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왜 노동시장이 복합적이며 또 모순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었는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흥미롭게 읽은 책 "자본주의 이해하기"의 392~394쪽에는 노동시장의 특별한 속성을 잘 설명합니다.
고용주들은 왜 실제 지출된 노동량에 따라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것일까? 실제 지출된 노동량으로 계약하려면 고용주가 앞으로 노동자가 맡게 될 업무의 구체적인 사항 하나하나를 계약 당시에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지출된 노동량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려면 고용주가 실제로 이 사항 하나하나가 완전하게 수행되었는지를 조사한 후에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잔디 깎기나 풀베기 등 단순 작업이라면 앞으로 하게 될 업무의 세부 사항을 계약서에 모두 적어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이 경우라면 주어진 업무가 만족스럽게 끝난 이후에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 혹은 노동자들이 생산한 산출량 한 단위 당 얼마라는 개수 임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중략)
상세한 노동계약이 작성되고 개수 임금제를 통해 대가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계약에는 비용이 든다.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계약을 작성한다고 해보자. 일단 모든 업무 사항을 세세하게 묘사해 계약서를 작성하려면 엄청난 길이의 문서가 필요하겠지만, 아무리 긴 계약서라도 노동자들이 수행해야 할 일을 모두 다 적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에게 시간으로 고용을 계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생산된 물건을 측정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개수임금제도도 문제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개수임금제를 적용할 수 없는 노동과정이 대단히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들과의 협력작업이 이뤄지는 경우, 어떻게 그의 기여를 떼어내어 평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이라면, 어떤 이의 생산물을 별도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책 내용을 조금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오늘날 구체적인 사항을 모조리 포괄하는 완전한 계약이나 개수 임금제 등이 흔히 발견되지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물론 전기 기술자, 목수 등 숙련도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좀 더 완전한 형태의 계약이나 개수 임금제가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말고는 이러한 형태의 고용계약은 흔하지 않다. 제조업과 일부 농업 부문에서 개수 임금제가 지금보다 좀 더 광범위하게이용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대개 고용주들은 노동시간을 실제 노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쉬운 방식들을 찾아냈고, 이렇게 찾아낸 방식들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까요?
다른 직장에서 제시할 수 없는 수준의 임금, 즉 효율임금(Efficient Wage)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바로 포드(Fored) 사가 제공했던 시간당 5달러의 임금 제도를 뜻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보다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자본주의 이해하기"에 대한 첫 번째 서평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자본주의 이해하기1"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