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주에 투자하면 돈 번다??
저는 "이것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이들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보니까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우량주 장기투자"에 대한 것이죠. 지금 시장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에 한 10년 투자하면 괜찮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만.. 이건 아무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합니다.
김성일 작가의 책 "마법의 투자 시나리오"에 나온 표 하나를 소개해 봅니다. 2008년 1월 세계 주식시장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했을 때의 13년에 걸친 성과를 보여주는데.. 단 한 종목 제외하고 마이너스가 났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만 연 18% 성과를 냈을 뿐, 다른 종목은 죄다 마이너스(및 제로) 성과를 냈습니다. 참고로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연 12% 성과를 기록했네요.
귀신 같이 MS만 샀으면 모를까.. 그러지 않았다면, 우량주 장기투자 전략을 실행한 이는 큰 손실을 보았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과대 평가' 위험입니다.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된다" 같은 주장에 현혹된 사람들이 많다 보니, 결국 내재가치에 비해 비싼 값에 주식을 매수하는 꼴이 되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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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자주 듣는 또 다른 종류의 헛소리를 하나 더 살펴보겠습니다. "배당주에 장기투자하면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 같은 주장이 여기에 속합니다.
아래의 <표>는 2012년 고배당 ETF 출시 이후의 성과를 보여줍니다. 2016년까지는 시장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죠. 그러나 2017년 배당소득 환류세제가 없어진 이후, 성과가 급전직하합니다. 2017~2021년 동안 3년 동안 KOSPI200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보였는데, 그 폭이 너무 큽니다. 특히 2020년의 -42% 포인트는 절망스러운 숫자라고 밖에 말 못할 것 같습니다.
왜 이런 부진이 나타났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의 변화 때문이겠지만, "배당주에 장기 투자하면 돼"라는 말을 믿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배당주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배당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 또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아닌 기업들이 '배당주'로 분류된 탓이 클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저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 있습니다. 기업은행(024110)의 기대 배당수익률이 7%에 이르는 것을 보고 기분 좋게 매입했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주가가 빠져서 배당수익률이 10%를 넘어가는 것을 보며 패닉에 빠졌던 경험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그럼 왜 기업은행 주가는 배당주임에도 전혀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을까요? 그 이유는 배당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금융위원회에서 발간된 보도자료 "배당 축소 권고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조치로서 대부분 해외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습니다"에서 금방 알 수 있듯, 규제 산업에서 배당금의 지급 연속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망각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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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사례에서 보듯, 투자에 지름길 따위는 없습니다.
열심히 종목 공부해서 승부 보거나, 아니면 저처럼 아예 자산배분하고 (가끔씩) 달러스위칭 하는 게 그나망 승률 높은 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