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에 대한 예상은 얼마나 크게 틀렸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많은 어려움에 빠져 있습니다. 2011년 발생했던 '자스민 혁명과 실패' 속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이 끊임없는 혼란과 내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2010년 그리스의 재정수지 조작사건 이후 유럽경제는 '잃어버린 15년'을 보내는 중이죠. 한 때 세계경제의 성장엔지 역할을 하던 중국도 2022년에는 드디어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회하는 성과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즉 미국이나 한국, 대만, 캐나다, 호주, 폴란드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버린 것이 세계경제의 현실이라 하겠습니다. 최근 발간된 책 "슬로다운"은 여기에 인구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이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 주장은 이미 너무 오래 전부터 들은 것이라.. 흥미로웠던 부분 위주로 책 내용을 간단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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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비롯한 미래에 대한 장기전망은 대단히 부정확합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70년대의 인구전망이죠(책 16쪽).
1970년 프린스턴 대학의 인구통계학자인 앤슬리 콜(Ansley Coale)은 1940년부터 미국의 인구가 50% 증가했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 속도라면 미국의인구는 2100년에 적어도 10억 명에 이를 거란 계산이 나왔다. 그러면 6, 7세기 안에 미국 땅 1제곱피트(0.09제곱미터) 안에 한 사람씩 살게 되는 셈이었다. 이런 식으로 30년마다 50%씩 인구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1,500년 후에는 우리 후손 인류 전체를 합친 게 지구보다 커질 것이다. 그러고도 계속 같은 속도로 증가를 이어 간다면 수천 년 안에 인육으로 구성된 거대한 구가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반지름은 상대성 이론을 무시한 채 거의 빛의속도로 커질 것이다.
사실, 앤슬리 콜이 이 수치를 계산한 것은 세계의 인구증가율에 더이상 가속이 붙지 않은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 이르자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게 되었다. 앞으로더 가속 페달을 밟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아래 <그림>처럼, 1968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폴 애얼릭(Paul R. Ehrlich)는 "인구폭탄"이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70~80년대에 어떤 비상조처를 내놓더라도 수억명이 굶어죽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지만.. 60~70년대에는 미래에 대한 비관이 가득찼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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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 모든 것이 인구처럼 서서히 감소 방향을 향해 굴러가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식의 양이겠죠. 정보의 양을 측정할 때에는 책 출판량이 가장 신뢰할 만합니다(책 130~132쪽).
1500년부터 1688년까지 두 세기가 채 안 되는 기간에 네덜란드에서 출판된 신간의 수는 인구 100만 명당 연간 41권에서 395권으로 늘었다. 여기 제시돼 있는 숫자들은 10년 단위로 평균을 낸 것이라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아주 짧은 기간의 변화는 감지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신간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 1500년대에 인구 100만 명당연간 41권이던 것이 1510 년대에는 100만 명당 49권이 되었다. 그러다 1520년 루벤에서 새로 인쇄된 책을 불태우는 화형식이 열렸다. 앤트워프에선 다른 400권의 책을 불태우는 일이 이어졌다. 이런 책들에는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작품도 포함되었는데 서점에서 압수가 됐고 팔리기도 전에 불태워졌다. 1521년에는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대규모 책 화형식이 있었고, 1526년에는 암스테르담에서도 처음 책을 불태웠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런 분위기는 거의 10년 동안 이어졌다. 1570년대부터 1580년대까지 네덜란드에서의 출판은 여러 이유로 확장세가 주춤해졌다.
1570년대 후반 네덜란드공화국(Dutch Republic)이 세워지면서 책 생산은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1620 년대 다시 슬럼프를 겪는다. (중략) 1621년 오랜 휴전을 끝내고 스페인과 전쟁을 다시 시작한 탓도 컸다. (중략)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부와 권력을 키워 가면서 인구 대비 비율로 봤을 때 신간의 인쇄량은 다시 속도를 내 증가했다. 네덜란드에서출판이 다시 둔화된 것은 1660년대 영국과 전쟁을 치르면서이다. 매년 인쇄되는 신간의 감소 추세가 10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1670년대 신간의 발행량은 또다시 증가한다. [그림 11]은 이런 세 번의 슬로다운과 세 번의 가속이 되풀이된 것을 보여 준다.
아래의 <그림 11>에 대해 보충 설명하자면... 세로 축은 인구 100만 명당 발간된 새 책의 양을 뜻합니다. 그리고 가로 축은 변화율(10년 단위)를 보여줍니다. 즉, 신간의 절대량은 추세적으로 볼 때 증가하지만 증가속도는 진자운동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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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지식혁명처럼 추세적인 '상승'을 관찰할 수 있는 세계에서도 주기적인 부침은 언제든지 존재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현대의 모든 통계가 지속적인 상승 추세만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네덜란드의 운하 도시 헤렌그라흐트 집값이 되겠습니다(책 386쪽).
헤렌그라흐트(Herengracht) 운하 주택의 경우, 가장 집값이 낮았던 때가 1814년이다. 정점을 찍었던 때는 1724년이다. 250년여 동안 암스테르담에서의 집값은 항상 그 정점 아래였다.대부분의 기간 동안 안정적인 가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제대로 보려면 바로 지난 수십 년만 살펴서는 안 되고 몇 세대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2년부터 네이션와이드 빌딩 소사이어티(Nationwide BuildingSociety)가 모아둔 영국 데이터 덕분에 X세대의 첫 구성원이 태어난 연도에 영국의 평균 집값이 얼마였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은 가격 기준으로) 2,000파운드 밑에서 거래됐다. 그때가1956년이었다. Y세대(밀레니얼)의 첫 구성원이 태어난 1982년, 이 가격은 2만 4,000파운드로 뛰었다. 그리고 Z세대의 첫 구성원이 태어난 해(2012년)에는 16만 4,000파운드까지 올랐다.
절대적인 상승 폭만 보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상대적인 증가 속도는 이 시기에 줄어들었다. 거의 절반 정도가 됐다. Z세대 첫 구성원의부모들이 내야 했던 집값은 Y세대 첫 구성원의 부모들이 직면했던 가격의 불과 6배 정도였다. 바로 전 세대 간에는 12배가 올랐었다. 이 시기를 살아간 사람들은 가격 상승 속도가 둔화되었다고 느끼기 힘들다. 특히 소득이 그만큼 빠르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택 가격의 상승 속도가 슬로다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된 단기적인 요인은 1989년과 2008년에 각각 있었던 두 번의 주택 시장 붕괴 때문이다. 영국 주택 시장의 시간선을 추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두 번모두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그림 51>의 세로 축은 헤렌그라흐트 실질 주택 가격(1628=100)을 보여줍니다. 1730년대가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었고, 이후 1810년 나폴레옹 전쟁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20세기까지 다시 상승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마 해양국가 네덜란드의 흥망성쇠가 주택가격에 반영된 탓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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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역사와 인구의 변동을 좋아하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책입니다만... 새로운 사실을 얼마나 담고 있느냐 묻는다면 '글쌔요'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책일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