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가설에 대한 검증
최근 전미경제분석국(NBER)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에서 발견한 <그림>을 소개할까 합니다. 제목(TASKS, AUTOMATION, AND THE RISE IN US WAGE INEQUALITY) 그대로, 로봇의 도입이 임금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논문입니다. 아세모글루와 레스트레포 등 미국 경제학계의 스타 경제학자들이 함께 쓴 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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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그림>은 남성(왼쪽)과 여성(오른쪽)의 학력 수준별 실질 임금 변화를 보여줍니다. 진한 파란선은 대학원 이상 학력자들이며 연한 파란선은 대학졸업자, 그리고 회색선은 전문대학 졸업자들의 임금을 나타냅니다. 진한 붉은 선은 고졸 미만 학력자, 연한 붉은선은 고졸 학력자들을 나타냅니다. 1990년대를 경과하면서 학력별 임금격차가 끝없이 벌어지고 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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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크게 보아 세 가지 요인 때문일 것입니다.
첫번째는 로봇의 도입으로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일자리가 감소한 것입니다. 아래 왼쪽 <그림>의 세로 축은 업무의 대체율을 나타내며 가로추근 로봇의 도입율을 보여주는데, 자동차나 화학산업 등은 로봇의 도입이 많을 수록 대체되는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두 번째 요인은 정보통신 혁명의 영향일 것입니다. 워드프로세서의 도입 속에서 타자수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자출판이 일반화되면서 식자공이 실직한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가운데 <그림>의 가로 축은 소프트웨어 등의 변화인데, 역시 정보통신 분야 투자가 늘어나는 산업일수록 기계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철강과 자동차, 컴퓨터 서비스 산업이 눈에 띕니다.
세 번째 요인은 자동화죠. 오른쪽 <그림>의 가로 축은 자동화의 속도를 보여주는데, 자동차와 철강화학 플라스틱 업종 등이 가파른 자동화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자동화나 소프트웨어 투자 그리고 로봇의 도입은 상대적으로 단순작업 비중이 높은 교육 수준이 낮은 근로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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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경제학계에서는 반복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육체노동이냐 정신노동이냐 상관없이, 반복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정보통신혁명/로봇도입/자동화 흐름 속에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데, 이런 직업의 대표적인 사례가 요양보호사와 프로그램 개발자들일 것입니다.
아래의 왼쪽 <그림>은 직무의 대체(≒기계도입에 따른 노동력의 대체)율을 나타내며, 세로 축은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실질임금 변화(1980~2016년)를 보여줍니다. 한 눈에 알 수 있듯, 역의 관계가 뚜렷하죠. 대체율이 높은 철강이나 자동차 화학업종일수록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떨어집니다.
가운데 <그림>은 직무의 대체 정도와 반복적인 업무 노동시간 변화를 보여주는데, 역시의 마이너스의 관계가 뚜렷합니다. 오른쪽 <그림>은 직무의 대체율과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의 고용 변화인데, 당연한 이야기로 직무 대체율이 높은 산업일수록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 당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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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각산업내 고용된 근로자의 교육수준까지 분석에 포함함으로써.. 더 현실을 정확하게 드러냅니다만.. 제 능력이 부족해, 쉽게 설명할 자신이 없네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