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데다, 자금 조달도 쉬워져
구독자 분으로부터 받은 좋은 질문 2탄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득이 되는 것이 있나요? 매수자들이 투자한 금액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건가요? 또는 회사 직원 입장에서 주가가 오르면 득이 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참으로 타당한 질문입니다. 저 역시 이 문제를 오랫동안 생각해 왔죠. 주가가 오르면 분명 경제 전체로 좋은 면이 있지만, 해당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 어떤 긍정적인 혜택이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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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및 주가 상승이 주는 첫 번째 혜택은 네임 밸류가 상승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10여년 전 경상북도에 있는 한 자동차 회사에 강의를 간 적 있었습니다. 수 백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에게 강의하는 영광스러운 자리였는데, 강의 끝나고 "가장 큰 고충 사항이 어떤 것인가요"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변하더군요.
지방이라 유능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다행히, 최근 전차장세(2009~2010년 반도체와 자동차 주도의 상승장) 속에서 우리 회사 주가가 많이 오르니 구직 희망자가 늘어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서울 수도권에 기업들이 공장이나 사옥을 두려는 이유가 이 대화에 잘 나와 있습니다. 지방에 일자리가 위치한 것만으로도 사람 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 회사의 이름마저 낯설다면 능력있는 이들이 이 회사를 아예 찾지 않을 수 있죠. 따라서 주가가 상승하고 어떤 식으로든 이름이 오르는 게 이 회사의 미래 전망을 개선시킵니다. 상장으로 인한 비용이 상당한데도 기업들이 끊임없이 IPO시도를 하는 이유 중에 이게 가장 첫 손 꼽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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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이 주가 상승으로 얻는 두 번째 기회는 자금조달의 용이성입니다. 제가 모 기관 다닐 때,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지체없이 증자를 단행하는 기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기억이 역력합니다. 이 회사는 매우 IR을 열심히 하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CEO부터 말단 사원까지 총력전을 기울였습니다. 이토록 열정적인 노력을 한 이유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었죠.
거대한 경쟁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생존이 불안정해 보이는 이 회사에게 기꺼이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이 회사는 증자에 목숨을 걸었고 또 성공했습니다. 물론 연이은 증자로 주주들의 고통이 참으로 컸습니다만, 이 회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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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는 회사의 내부자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가장 단적인 예가 스톡옵션이죠.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행사 시점의 시가와 행사가격의 차이 만큼 이익이 발생합니다. 더 나아가 벤쳐 기업의 경우에는 비과세 한도가 기존 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당 1만원의 행사 가격으로 1만주의 스톡옵션이 부여된 경우.. 이 주가가 2만원이 되면, 시장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1억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톡옵션은 매우 매력적인 인재 유치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시장 가치보다 더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 더 오랜 기간 근속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 2억 원 상향, 누구에게 비과세 되는걸까? (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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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같은 세계시장에 상장한 후 주가가 상승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마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일 것입니다. NYSE에 상장하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렇게 좋은 회사"라는 것을 대내외에 홍보할 기회를 잡았죠.
최근 e-커머스 시장에서 쿠팡이 힘을 내게 된 중요한 계기 중에 하나가 NYSE 상장 및 주가 급등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