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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May 21. 2023

미국 패권의 몰락 - 부채한도 협상이 초래한 비용

Bloomberg(2023.5.18)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타결될 것처럼 하면서 계속 협상이 지연되는 중이라, 투자자들의 애가 타는 중이죠. 이에 대해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가 아주 비판적인 칼럼(The True Cost of an Extended US Debt-Ceiling Standoff)을 올렸기에 소개해 봅니다. 제목 그대로, 부채 한도 협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기축 통화 패권이 무너지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세계 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부채 한도를 둘러싼 위험한 대치 상황 등 정책적 상처로 침식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등 독재국가 블록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의 사상 첫 채무 불이행과 같은 실수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의 베스 해맥은 5월 9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적인 자산인 달러채권의 지위 하락은 미국 국민에게 나쁘고, 달러에도 나쁘고, 미국 정부에도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부채 한도 협상 이전에도 달러의 지위는 조금씩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달러 비중이 60% 미만으로 내려왔는데, 이는 25년 래 최저치입니다.  The Future of Money의 저자인 코넬 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미국을 견제와 균형이 있는 깊고도 건전한 금융 시스템을 갖춘 역동적인 경제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만성적인 정쟁은 경제 활동 참가자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Bloomberg Economic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Anna Wong은 "장기적인 교착 상태가 시장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지고 재무부가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출현할 경우, 2023년 하반기 국내총생산이 연율 -8%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유동적인 약 24조 달러의 시장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열린 4주 만기 T-Bills 발행에서 5.84%라는 기록적인 금리를 기록한 것은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습니다. 발행 이자율의 상승은 정부의 이자부담을 지울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투자할 돈의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그람> 4주 만기 미국 국채 금리


미국의 방황을 가장 반기는 곳은 중국입니다. 피터슨 국제 경제 연구소의 Marcus Noland는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없는 패권국"과 대조되는 "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로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의회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중국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고 공격합니다.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미 연준의 금리인상도 다른 나라들의 신뢰를 떨어뜨린 요인이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늦게, 그리고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많은 동맹국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인플레가 이미 꺾였음에도 지속적인 금리를 인상하며, 다른 나라의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는 태도는 신뢰의 손상으로 이어졌죠. 


물론 최근 벌어지는 부채 한도 협상이 미국 달러의 패권을 무너뜨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20세기 영국의 파운드가 겪었던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


블룸버그가 아주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공격하네요. 저 역시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을 보면서, 참 답답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을 앞두고 분열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패하는 그림이 자꾸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치는 이미 크게 분열되었고, 각 당의 지지자들은 스스로가 옳다고만 여길 뿐 상대의 의견을 들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2000년대 중반,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시작된 정치 세력 간의 갈등이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입장에서,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만.. 어느 정도는 달러나 금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보험용'으로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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