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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Feb 01. 2022

세계인구의 역사

인구가 늘어나면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인구가 늘어나면(혹은 줄어들면),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요인이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한가지는 맬서스 트랩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인구가 급증해 식량이 모자라면 다시 묵시록의 4기사(정복, 전쟁, 기근, 죽음)가 나타나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인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그림> 묵시록의 4기사를 묘사한 그림


반대편에는 다른 주장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경쟁이 촉진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 경제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의 주장 중 어떤 것이 맞을까요?


그 답은 시기와 나라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은 "세계인구의 역사"에서 인용한 것인데, 이탈리아 시에나 지방의 곡물가격과 사망자 수를 보여줍니다. 참고로 시에나는 로마 북쪽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도시로, 조개모양으로 생긴 캄포 광장이 유명합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도 산업혁명 이전에는 끊임없이 악순환에 시달린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로 축은 사망자 수와 곡물가격을 나타내며, 가로 축은 시간의 경과를 보여줍니다. 곡물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사망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이런 현상은 이탈리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죠. 그러나, 종종 이런 현상을 빗겨가는 일도 벌어집니다. 아래는 "세계인구의 역사"에서 인용한 것으로, 1875년부터 1945년까지의 인구증가율 변화와 경제성장률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이때는 인구가 늘어날 때, 경제가 성장합니다.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1914~1918년의 세계 1차 대전, 그리고 1918~1919년 세계를 휩쓴 '스페인 인플루엔자' 충격 때문입니다. 전쟁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은 미국 사람들은 1922년 이민법 개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을 펼칩니다.


이후 7년간 유례없는 호황이 찾아왔지만, 1929년 10월 발생한 대공황으로 호황이 끝나고 말았죠. 이후 10년에 걸친 불황이 찾아온 시기는 미국으로의 이민 유입이 감소하며, 강력한 불황으로 사망률이 높아지는 시기와 일치하죠.



결국 인구 통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관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원인과 결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발견할 수 있죠. 위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인구 감소 시기에 성장률이 둔화된 것인지 아니면 성장 둔화 때문에 인구가 감소한 것인지 확연하게 구분하기 힘듭니다.


그럼 인구는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경제가 저개발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걷잡을 수 없는 인구의 증가를 억제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자녀 숫자가 너무 많으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어머니는 평생을 자녀 양육에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기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 기회도 원천 봉쇄되죠. 


이런 까닭에 "세계인구의 역사"에서 가져온 아래 <그림>처럼, 인구 증가율이 낮은 나라가 경제성장률이 높은 경향이 관찰됩니다. 물론, 경제가 성장한 덕분에 1인당 소득이 높아지고 이게 다시 출산율의 저하로 연결되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는 출산을 할 때 자녀에게 투입될 양육 비용과 함께 여성의 기회비용을 함께 고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더 높은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이 혜택을 입는다면, 보모들은 자녀에게 투입되는 교육비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일자리가 늘어나 여성들도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자녀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잃어버린 '여성의 기회비용'에 대해 다시 평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인구가 감소하고 줄어드는 것 이것 하나의 변수로 경제성장율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각 국가의 소득 수준과 전쟁 위험, 그리고 제도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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