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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ul 17. 2023

한국 전세 시스템, 주거 안정 불안 요인으로 변모해

Bloomberg(2023.7.12)

한국 전세 문제를 다룬 블룸버그의 특집 기사(South Korea’s Archaic Rental System Is Costing People Their Life Savings)를 요약/번역해 봅니다.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7-12/renters-losing-life-savings-furthers-south-korea-s-inequality?utm_source=website&utm_medium=share&utm_campaign=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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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빈 씨는 올 11월에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서울에 있는 아파트 보증금 2억 1,000만 원(16만 3,000달러)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보증금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1억 2천만 원을 대출받은 이 씨는 "몇 달 동안 밤에 잠을 잘 수도, 일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씨의 집주인은 지난 해 10월 호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자살이나 타살은 배제되었지만, 서울 전역에 1,100채가 넘는 임대주택을 소유해 '빌라킹'으로 불렸던 이 씨가 세금을 체납하고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빌라'는 한국인들이 잘 꾸며진 세련된 주거용 타워에 비해 편의시설이 부족한 허름한 5~6층 건물의 소형 아파트를 일컫는 말입니다.)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에 따라 집주인은 일반적으로 2년 동안 진행되는 임대 기간이 시작될 때 집값의 50%에서 90%에 해당하는 보증금인 전세를 징수합니다. 세입자는 보통 이 기간 동안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으며, 건물주는 이 자금을 투자하여 아파트를 더 사거나 짓는 등 수익을 얻습니다. 임대인은 계약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전세 제도의 뿌리를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국이 산업화되면서 도시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전세가 지속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키블러 파울러 앤 케이브(Kibler Fowler & Cave LLP)의 변호사 네이선 박은 이를 "조작된 금융 시스템"이라고 부릅니다. 동아시아 정치 및 경제 전문가인 박 변호사는 2020년 Foreign Policy에 한국의 주택 시장에 관한 기사를 기고한 이후 세입자들로부터 보증금을 추적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는 문의를 받아왔습니다.


임대인이 새로운 세입자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의 보증금을 갚아주는 정부 승인 피라미드 제도는 국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비교적 순조롭게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2021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이 추세는 역전되었습니다.


나이트 프랭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서울 집값은 올해 3월까지 9% 하락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아시아 도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30%까지 감소한 곳도 있었습니다. 이 결과,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기 힘들어지고 있죠.


소수의 채무 불이행으로 시작된 문제가 더 큰 문제로 확대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미반환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 건수는 2023년 상반기에 1만 9,200건을 넘어 2022년 전체에 비해 60% 증가했습니다. 중앙은행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 2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전세금 일부를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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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합니다. 주택가격의 하락과 금리상승 속에 집을 잃은 세입자 자살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세 보증금에 대한 보험을 제공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022년에 1조 1,70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으며, 올해는 4조 7,000억 원까지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최은영 도시와환경연구소 상임이사가 밝혔습니다. 참고로 전월세 세입자의 약 20%만이 보증금을 전액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세대출 사기를 단속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습니다. 당국은 2,900명의 개인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인을 조사했으며 그 과정에서 여러 범죄 조직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또한 예비 세입자가 집주인이 자신의 부동산에 세금 유치권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하는 등 불투명하기로 악명 높은 시스템에서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제도를 감독하고 개혁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중개업자와 같은 제3자가 전월세 보증금을 관리하도록 하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당연히 집주인들은 이 제안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공식 대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반환 보증금은 전월세 제도의 '부작용'이라고 말했습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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