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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Jul 17. 2023

존경하는 이창용 총재님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한국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 했다? 이건 잘못 본 것 같습니다!

얼마전 제주포럼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님이 굉장히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기에, 경청했습니다만.. 일부 부분은 조금 의견이 달라서 이렇게 몇 글자 쓰게 되었습니다.  기사의 아래 '붉은 줄친 부분'이 제가 동의 못하는 대목입니. 


이창용 한은 총재 "일본은 부자 노인, 한국은 가난한 노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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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한국 경제가 중국 붐에 도취되어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이유는 이게 '통계'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199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요인별로 분해한 것입니다. 1997년 이전에 비교해 이후 경제성장률의 절대적인 레벨이 떨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죠.


그럼 어디에서 이 레벨의 하락이 집중되었는가? 가장 큰 것은 노동시간(파란 막대)의 성장 기여가 대체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 것이며, 그 다음은 자본스톡(분홍색 막대)의 투입 기여가 2010년대 중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크게 둔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총요소생산성(주황색 막대)이 성장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이나 자본의 투입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생산성의 향상분을 뜻합니다. 한국의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2000~2007년에는 3.2% 포인트에 이르렀는데, 2010~2019년에는 1.4% 포인트로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Compendium of Productivity indicators 2023 | Compare your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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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분석을 여기서 그치면 안된다 봅니다. 왜냐하면 혁신 성장의 경쟁은 우리만의 경쟁이 아닌, 세계 각국이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00~2007년의 생산성 향상은 우리 자체의 노력도 있지만, 당시 세계경제가 호황(중국 원자재 수요 붐)을 누렸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국제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붉은선이 한국이며, 파란선이 미국입니다. 제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두 나라의 비교인데, 2005~2010년 기간보다 이후의 기간에 확실히 성장률이 둔화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발생했고, 생산성 향상도 여기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만족스럽지는 않죠. 왜냐하면 우리가 미국보다 거의 2~3배 이상 생산성 향상률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상당 부분 따라잡혔기 때문입니다. 


Productivity - Multifactor productivity - OEC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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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예전보다 생산성 향상률이 둔화되었을까요? 노력이 부족해서 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금 필사적으로 달리는 중이니까 말입니다. 아래 <그림>은 OECD 가입국가의 GDP에서 연구개발비(R&D)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한국이 이스라엘 다음으로 2등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기업이나 국가 단위로 죽자고 노력 중임을 알 수 있죠. 물론 2010년대 중반 잠깐 R&D 투자 열기가 둔화되기도 했지만.. 2010년대 후반 이후로는 다시 우상향 중입니다. 

Research and development (R&D) - Gross domestic spending on R&D - OECD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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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가 이야기했듯.. 한국 대학 문제 많고, 특히 연구개발비를 헛되이 쓰는 이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연구개발의 질적인 성과를 측정하는 '네이쳐 인덱스'의 랭킹 변화도 연구개발비와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습니다.


2023년 6월 15일 발표된 "네이쳐 인덱스 2023"에 따르면, 한국은 캐나다를 꺾고 7위 자리에 올라왔습니다. 참고로 네이쳐 인덱스란, 자연과학 분야의 82개(및 건강과학 학술지 64개) 톱 저널에 실린 저자들의 국적 및 영향력 등을 집계해 작성하는 지표입니다.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곧 이 나라의 과학자들이 열심히 논문을 실었을 뿐만 아니라, 영향력(인용도 등)도 높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워낙 중국의 성장이 가파르기에.. 이 뉴스는 묻혀 버린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1~6위 나라를 보면, 한국보다 인구가 적은 나라가 없습니다. 


한국은 후발주자임에도, 이 정도의 성과를 냈죠. 그리고 내년에는 아마 프랑스의 지위에 도전하리라 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방심해서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 해봅니다. 

Nature Index Annual Tables 2023: China tops natural-science 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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