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은 교육 투자에 소흘했나?
최근 흥미롭게 읽은 책 "오독의 즐거움"은 독서경험을 나누는 책입니다. 대신, 사회 주류의 해석이 아닌.. 남궁민 작가의 독자적인 해석이 개입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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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대목이 아래 부분입니다(253쪽)
지금 중국에 대한 토론은 대부분 기술에 초점을 맞춘다. 미·중 기술 경쟁의여파다. 기술 제재에 무너진 화웨이를 얘기하면, 반대편에서는 국제 특허 출원 건수 1위인 중국의 실적을 말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매년 쏟아지는 수백만 명의 이공계 인재는 중진국 함정과 거리가 먼 모습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중국"의 저자는 단언한다. 노동인구 중 고등학교 졸업자의 비율이 50% 이하인 나라가 선진국이 된 사례는 없고, 중국은 겨우 30%라고.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저숙련 일자리가 많이 생길 때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이들이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또 임금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고,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 때에는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킵니다(253~254쪽).
설명도 직관적이다.1만 달러 이상의 고도 경제로 갈 때는 산업 구조의 변화가 매우 빨라진다. 여기에 적응하는 능력은 '배우는 법'을 학습하는 고등학교에서 쌓는다. 고도 경제로 가는 과정에서는 '탈피'가 이뤄진다. 임금 상승 여파로 저임금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높은 생산성의 직종으로 노동자가 이동해야한다. 그런데 이런 적응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비정규직이나 지하 경제로 내몰린다. '근면성'이 중요한 경제에서 '적응력'으로 초점이 옮겨간 결과다.
이 문제는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국공산당이 돈을 쏟아 붓더라도 시간을 빠르게 돌릴 수는 없다. 중국공산당도 바보가 아니기에 2010년대부터 고교진학률을 매우 높여서 지금은 80%대다. 하지만 중국의 '모든' 노동력의 품질을 바꾸는 일이기에 최소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9명의 여성이 아이를 가진다 해도 1개월 만에 출산할 순 없다'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말이 떠오른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빠르게 돌릴 수 없다.
반면 한국이나 대만, 그리고 싱가포르 등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254~255쪽).
한국 생각이 났다. 한국은 '왜' 이 함정을 피했을까? 일단 운이 좋았다. 마오쩌둥과 문화대혁명이 한국에는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20.79%의 마법이다. 한국은 1972년 법으로 내국세의 20.79%를 반드시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쓰도록 못 박았다. 그렇게나 가난하고 돈 들어갈 곳 많은 시대에, 내국세의 5분의 1을 강제로 교육에만 쓰게 한 건 대단한 결정이다. 덕분에 경제성장에 맞춰 학교를 짓고 교사를 늘릴 수 있었다.
또 다른 행운은 90년대 대학 설립 자율화다. 지금은 대학 부실화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1만 달러 시대에 고교 교육이 필수이듯 3만 달러 시대에는 대학 교육도 필수다. 80년대 겨우 20%였던 대학진학률은 90년대에 무 80%까지 치솟는다. 만약 2000년대에 대졸자가 쏟아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고도화한 경제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개발자 구인 대란이라고 하지만, 몇 년 만에 수없이 많은 프로그래밍 재교육 과정이 생기면서 인력 공급이 늘고 있다. 빠른 적응이 가능한 건 기본적으로 '보편적 고등교육'을 이수한 대졸자 풀(당구)이 넓은 덕이다. 대졸 취업자에게는 고통이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뛰어난 인력 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다.
저는 이제 20.79%의 마법을 폐기할 때라고 봅니다만.. 적어도 과거에는 한국이 이 제도로 수혜를 본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학령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나라에서 너무 과잉투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교육열과 교육 투자가 없었다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의 선진국이 결코 될 수 없었으리라는 생각 갖게 됩니다.
보이지 않는 중국 - 낮은 교육수준의 덫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