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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Feb 25. 2022

확률적 사고의 힘

강한 어조를 시장을 예측하는 이들을 피하라

주식 가격이 오른다 혹은 빠진다 같은 전망을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저는 참 고생이 많구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29년 간 이코노미스트로 경제와 주식, 환율을 전망하고 분석하는 것을 업으로 삼았기에.. 이 전망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거든요. 예. 인정합니다. 제 경험담입니다. ^^;;


아래 <그림>은 2000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실린 ‘1년 전 예측치’와 실제 한국 경제성장률을 비교하여  보여줍니다.  이 그림을 보면 두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후행성입니다. 2008년 말 경제에 강력한 충격이 발생해 2009년 경제 성장률이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그때 발표된 2010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1%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2010년 한국경제는 7% 넘게 성장하는 등 최고의 해를 누렸죠.

IMF 경제 전망의 두 번째 특징은 평균회귀(Mean Regression) 혹은 평활화 성향입니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그러니까 현재 가용한 인력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이 3%이라면, IMF의 경제성장률 전 망치는 대체로 3% 전후로 제시됩니다. 왜냐하면 극단적인 경제전망을  제시해 맞출 확률보다,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보면 전망 기관별로 큰 차이가 없고, 또 연도별로도 비슷비슷한 숫자가 제시 되는 것을 볼 수 있죠.


그런데, 민간의 이코노미스트가 IMF보다 더 경제전망을 잘할 수 있을까요? IMF는 매우 거대한 기구로, 어마어마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죠. 따라서 힘들게 경제를 전망하기보다 IMF의 전망을 기본으로, 저의 생각을 조금 더 녹여넣는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IMF를 인정하고, 그 다음에 저의 전망을 쌓아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전망해도 맨날 틀립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처럼, 돌발적인 충격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래 러시아의 주가지수(MSCI Russia Index, USD 기준) <그림>을 보면, 2008년 이후 잃어버린 14년을 보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월의 전쟁으로 아마 주가는 훨씬 더 내려왔겠죠. 주식시장이 경제의 거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러시아 경제가 망가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합리적인 사람이면 전쟁할까"라고 생각하기 쉽고, 이는 이번에 전망의 실패로 연결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어떻게 해야하는가?

확률적 사고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고, 빗나가더라도 망하지 않게 대비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자신이 보유한 정보와 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진 정보는 어쩌면 대단히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최근 발간된 책 "확률적 사고의 힘"의 265쪽에 나온 것인데, 적극적인 경영전략(M&A와 차입전략 등)을 펼치는 기업의 실적이 어떤 성과를 보이는지 보여줍니다. 상장되어 있는 기업의 실적만 보면, 상단의 그래프처럼 정(+)의 관계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즉,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는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그래프는 숨겨진 진실을 보여줍니다. 상장폐지되어 아예 통계에서 사라져버린 기업들을 포함하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즉, 모험적인 전략이 실패하며 아예 상장폐지된 기업들은 대부분의 경우 분석에서 제외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퀀트전략을 공부하기는 하지만, 이를 백퍼센트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저 성과가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가, 더 나아가 혹시 상장폐지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 성과는 빼놓은 것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하죠. 물론 저도 인간이다 보니, 맨날 미래를 예측해 베팅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돈은 제 인생에 금이 가지 않을 정도의 소액으로 하려 노력하곤 합니다. ^^  


ps. 좋은 책 읽다.. 문득 모 금융기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면서 겪었던 질책과 곤경이 떠올라 조금 슬퍼졌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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