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춘욱 Apr 10. 2022

왕조의 흥망성쇠, 혹시 기후 변화 때문이 아닐까?

기후의 힘 - 역사와 기후변화를 잘 엮은 흥미로운 책!

격리 중에 완독한 또 다른 책, "기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얼마나 우리의 삶이 기후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또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한반도에 살던 이들이 아닐 수 있다는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처럼 역사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도 큰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아래의 <그림11.5>의 윗 부분은 지금으로부터 약 6천년 전부터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보여주며, 아랫 부분은 한동의 주거지 수 변화를 보여줍니다. 늪(광양지역)이나 나이테 등을 조사해 과거의 기후를 조사한 결과가 <그림 11.5>의 윗 부분을 보여주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까지 기후가 온난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꽃가루(花粉)가 많이 나오는 시기는 식물의 생장이 왕성했던 시기이니, 기후가 온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까지는 주거지도 왕성하게 건설되고 또 벼농사의 증거도 다수 발견됩니다. 이를 흔히 송국리 문화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2400년 전 갑작스럽게 사라집니다. 이를 "숭국리 문화 붕괴" 사건이라고도 부릅니다.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죠. 외적의 침입에서 찾는 해석이 일반적인데, 그리고 "기후의 힘"의 저자 박정재 교수는 '기후변화'를 쇠락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림 11.5>의 윗 부분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2800년 부터 약 4백년에 걸쳐 지속적인 기온의 하락이 나타난 것에 주목하는 시각입니다. 그리고 <그림 11.5>의 아랫부 부분처럼, 주거지 수도 급격히 감소합니다.

그럼, 송국리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때 사라진 송국리 문화를 주도했던 농경민의 일부는 일본으로 건너가 야요이 문화를 일구었다는 게 박정재 교수의 주장입니다(책 222~223쪽).

(벼농사에 유리한 환경을 찾아 이주하던) 송국리 사람들은 수도작의 높은 생산성을 기반으로 점차 인구를 늘려갔다. 그들은 일본 열도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조몬인들을 몰아내거나 동화시켰다. 이때 북쪽으로 밀려간 조몬인의 후손이 아이누족이다. (중략) 일본과 한국의 연대 측정 자료 또한 (2500년 전후에 야요이 문화가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보아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분리되는 시점은 2800년 전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영향으로 농경민들이 남쪽으로 이주하고, 그들 중 일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야요이 문화를 일으켰다는 가설과 시기적으로 잘 들어맞는다. 


그리고 송국리 문화를 일궜던 사람들이 평지에 큰 주거지를 만들 수 없을 정도의 소수로 줄어들고(아마 수렵/채집 생활로 돌아갔겠죠), 또 일본으로 이주해가는 과정에서 한반도에는 일종의 공백 상태가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금 한반도에 살고 있는 이들은 송국리 문화를 일군 한반도 원주민(?)의 후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즉, 우리 조상의 본류는 아마도 송국리 문화가 붕괴된 후 이주해온 북방계(요동 반도 주거민)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는 이유가 이런 연유에 있는 듯 합니다. 


***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기후의 변동이 한반도의 문화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중국 역대 왕조의 흥망성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입니다(책 254~255쪽). 2008년 사이언스 지(紙)에 실린 흥미로운 논문(『A  Test of Climate, Sun, and Culture Relationships from an 1810-Year Chinese Cave Record』)에 실린 아래 <그림>은 중국 서북부의 '완시앙' 동굴에서 발견된 석순의 산소동위원소를 복원함으로써, 역사를 재해석합니다. 

일군의 학자들(총 18명)은 산소동위원소가 떨어지는 등 기온이 내려가고 비가 적게 내리는 날씨가 출현하던 시기(9세기, 14세기, 17세기) 마다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왕조가 들어섰다고 지적합니다. 9세기에는 당나라가 멸말했고, 14세기에는 원나라가 멸망했으며, 17세기에는 명나라가 청으로 교체되었죠. 

 


앞으로 많은 연구들이 나올 분야라 생각되며, 저처럼 과학과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작가의 이전글 한국은 어떻게 성공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