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속으로 떠나는 여행
오늘은 피렌체 체류 기간 중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렇게도 와 보고 싶었던 피렌체에서 특별히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두오모와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이었는데 드디어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오후에는 어제 잠깐 들렀던 두오모를 다시 방문해 내부를 살펴보고, 지하박물관과 산조반니 예배당을 둘러볼 예정이었다. 그전에 두오모 돔과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는 대신, 베키오 궁의 아르놀포 타워(Torre di Arnolfo)를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우피치 미술관! 미리 예매한 덕분에 오전 8시 15분에 미술관을 오픈런 입장할 수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은 16세기, 조르조 바사리가 메디치 가문의 행정 업무를 위한 사무실을 짓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바사리는 16세기 화가이자 건축가로, 주로 메디치 가문을 위해 일했다. 뛰어난 미술가이기도 했지만, 미술가 집단에 대한 최초의 전기라고 할 수 있는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을 집필한 미술사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물론 바사리의 평전이 편파적이라거나 활동한 지역과 토스카나 중심적인 의견이라는 비판도 참고할 만하다. 아무튼 당시 피렌체 공화국 내 여러 위원회와 길드의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고, 그 목적에 맞춰 ‘사무실’이라는 뜻의 ‘Uffizi’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단순한 행정 사무실이 아니라 기록 보관소 역할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메디치 가문이 소유하던 미술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점점 확장되었다. 결국, 더 많은 미술 컬렉션을 보관할 수 있도록 규모가 커지면서 오늘날의 우피치 미술관이 되었다.
한편, 그동안 우리에게 유난히 우호적이었던 날씨가 오늘만큼은 예보대로 새벽부터 비를 뿌리고 있었다. 좀처럼 그치지 않을 기세지만, 반나절만이라도 맑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말자. 피렌체를 즐기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겠지? ‘비 오는 피렌체’라는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이 모든 것은 결국,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비가 오는 아침, 우피치 미술관 오픈 전에 여유가 있어 시뇨리아 광장을 잠시 둘러보았다. 우산을 펼치고 사진을 찍으려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지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광장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비드상 복제품, 헤라클레스상, 유디트와 호르페르네스상도 묵묵히 서서 우리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윽고 우피치 미술관 건물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건물 외벽에 자리한 벽감(niche) 속 조각상들이었다. 마키아벨리, 갈릴레오 갈릴레이, 단테 등 르네상스 시대를 빛낸 천재들이 우뚝 서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 외벽의 벽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르네상스 건축의 특징과 예술적 가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독창적인 요소였다. 또한, 피렌체를 찾는 사람들에게 피렌체가 낳은 인물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까지 담고 있었다. 벽감 속 조각상들을 펴보며, 우리는 피렌체가 인류 문화에 남긴 깊은 발자취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위대함과 인간 창조력의 본질을 경험한 소중한 순간이었다.
미술관의 오픈 시간이 되자, 우리도 입장을 위해 줄을 섰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입장하자마자 곧장 3층으로 향했다. 이곳은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작품이 집중된 공간이었다. 미술관에는 산드로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알브레히트 뒤러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대가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직접 마주하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품들은 주로 종교화나 신화와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난해한 작품도 많아 해설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가이드 투어나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1시간 30분 분량의 오디오 가이드를 미리 다운로드해 이어폰을 끼고 감상했는데, 모두들 큰 도움이 되었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중요한 작품 위주로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어 있어, 감상하는 데 아주 적절했다. 작품을 찾아다니며 감상하다 보니 1시간 반이 금방 지나갔다. 하지만 너무 많은 명작들을 한꺼번에 감상하다 보면, 스탕달 신드롬처럼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3층의 첫 번째 전시실에는 성모자상을 주제로 한 마에스타(Maesta)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마에스타는 중세 말과 초기 르네상스를 잇는 중요한 예술 작품으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중심으로 한 장엄한 성화를 의미한다. 특히 조토의 마에스타는 그가 프레스코와 패널 회화에서 혁신적인 스타일을 개발하며, 중세의 평면적이고 상징적인 양식을 넘어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표현을 도입했음을 보여 준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화풍의 변화를 미술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나조차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원근법이 적용된 것은 물론, 천사들의 모습이 더욱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성모의 얼굴과 옷자락에서도 감정의 깊이가 느껴졌다. 단순한 성화를 넘어, 서양 미술사에서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연 획기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토의 마에스타를 직접 보며, 우피치 미술관에 와 있다는 실감이 더욱 깊어졌다.
위 작품은 프란체스카가 작가가 그린 〈우르비노 공작 부부의 초상〉이다. 페데리코 공작의 옆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데, 전쟁에서 크게 다친 오른쪽 눈을 감추기 위해 왼쪽 얼굴만 그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의 코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매부리코라고 주장하지만, 페데리코가 오른쪽 눈을 잃어 적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코 윗부분의 뼈를 깎아내 왼쪽 눈으로 오른쪽을 살필 수 있게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당시 동전에 등장하는 고대 로마 황제의 초상화를 떠올리게 하기 위해서 옆모습을 그렸다는 해석이다.
다음으로 감상한 작품은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와 〈비너스의 탄생〉이었다. 다음으로 감상한 작품은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작품들을 직접 보게 되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면 우피치 미술관은 보티첼리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보티첼리는 특히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 두 작품 역시 메디치 가문을 위해 그려졌다니 그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작품들을 직접 보게 되니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면 우피치 미술관은 보티첼리의 작품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인지도 모른다. 보티첼리는 특히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많은 작품들을 남겼는데, 이 두 작품 역시 메디치 가문을 위해 그려졌다니 그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 전시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수태고지〉를 감상할 수 있었다. 수태고지는 신약에서 하나님의 사자인 가브리엘 천사가 동정녀 마리아 앞에 나타나 그녀가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을 일컫는 용어다. 일부에서는 마리아의 오른쪽 팔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길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원래 오른쪽 위의 벽에 걸릴 의도로 제작되었으며, 정면이 아니라 오른쪽 45도 각도에서 바라볼 때 가장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구성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비율이 오히려 정확하게 계산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작품은 다빈치의 스승인 베로키오가 그린 〈세례 받는 그리스도〉다. 이 그림 왼쪽에 있는 두 천사 중의 한 명을 다빈치가 그렸다고 전해지는데, 다빈치의 솜씨가 너무 뛰어나 베로키오가 그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일화가 남아있다. 다만,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카라바조의 메두사 그리고 젠틸레스키의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몇 안 되는 여성 미술가 중 한 명인 젠텔레스키는 본인이 성폭행 피해지였으며, 유디트가 하녀의 도움을 받아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순간을 그린 것은 남자에 대한 복수로 해석되곤 한다.
우피치 미술관 3층 복도의 끝에서는 베키오 다리로 이어지는 비밀통로가 있다는데, 아쉽게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복도 끝 유리창에서 베키오 다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우피치 미술관의 야외 테라스 카페는 명화를 감상하느라 지쳐 있을 관람객들에게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주는 듯해서 좋아 보였다. 피렌체 구시가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싶었지만, 역시 시간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대신, 빗속의 카페 앞마당에서 몇 장의 사진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